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월 31일 통하여

이종훈

1월 31일 통하여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는 ‘∼소서.’ 다음으로 우리들이 기도 중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일 거다. 그전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했는데, ‘통하여’로 바뀌었다. 그 차이를 국문학적이나 철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는데 ‘통하여’가 더 적절한 것 같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그리고 그분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합당한 기도문인 것 같다. 거기에 그분의 마음으로 기도하고 그분이 사셨던 대로 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마음을 도무지 모르겠다. 보이는 것도 잘 보지 못하고 들리는 말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데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하느님의 마음을 무슨 수로 알겠나. 그래도 이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다. 예수님은 낮아지셨으며 사람들을 섬기셨다는 것이다. 종이 주인을 섬기듯이, 착한 아들이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하듯 그리고 피조물이 마땅히 창조주를 따르듯이 사셨다. 그분을 주님이요 하느님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그분은 사람들의 종으로 사셨다.

 

바오로 사도는 그분의 마음으로 사는 걸 이렇게 썼다. “무슨 일이든 이기심이나 허영심으로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십시오.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십시오(필리 2,3-4).” 겸손과 섬김은 하도 많이 들어서인지 자꾸 건성으로 읽게 된다. 이것이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마음이라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 뭔가 더 특별하고 심오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데 이 말로 내 마음을 비추어보면 큰 거부감이 인다. 지금 껄끄러운 사람, 싫어하는 사람, 때로는 한심하다고 얕잡아보는 사람을 ….

 

그렇다, 그러니까 하느님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거다. 착한 사람도 아닌 죄인을 위하여 왜 목숨까지 내어 놓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거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면 내가 다 이루어주겠다(요한 14,14).”는 주님의 약속을 못 믿는 거다. 낮아지고 싶지 않고 말로만 섬기기 때문이다. 우리를 구원하는 단 하나의 이름, 예수! 낮아져 섬기는 사람이 바라는 것은 다 이루어진다.

 

예수님, 세상은 주님을 인류 문화와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정작 주님은 아주 편하게 그런 일들을 하셨습니다, 마치 일상처럼. 그게 주님의 마음이고 주님이 사는 세상이었을 겁니다. 주님은 저에게 그 마음을 전해주셨고 오늘도 또다시 저를 그 세상으로 초대하십니다. 낮아짐과 섬김이 자연스러워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는 세상입니다. 아, 하늘나라는 주님 말씀대로 참 가까운데 정말 멀게 느껴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두려워하지 말고 세례로 받은 권한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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