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2월 6일(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 유언과 영성

이종훈

2월 6일(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 유언과 영성

 

“주 네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 그분의 길을 걸으며, 또 모세 법에 기록된 대로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 법규와 증언을 지켜라. 그러면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성공할 것이다(1열왕 2,3).” 다윗왕의 유언이다. 양치기에서 인류역사에 남은 몇 안 되는 훌륭한 임금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하게 살았던 사람의 유언치고는 너무 밋밋하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하느님 말씀 잘 들어라.’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의 인생이 그랬기 때문에 그의 이 간단한 유언이 더 힘을 지닐지도 모르겠다. 아들 솔로몬은 아버지가 일생 동안 섬겼던 하느님께서 그의 입을 빌어 자신에게 하시는 말씀처럼 그 유언을 들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내게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으셨다. 삶의 마지막 모습은 대부분 실제로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 떠나는 이는 죽음의 고통을 겪고, 남겨진 이는 이별의 슬픔으로 정신이 없다. 그런 가운데서 정돈된 말을 주고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일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출된 장면이다. 어쩌면 다윗과 솔로몬도 그랬을 지도 모른다. 그 대신 아들 솔로몬은 평소 아버지가 반복해서 자주 하시던 말씀을 유언으로 그리고 아버지의 삶의 태도를 모범으로 삼았을 것이다.

 

영성은 그가 사는 방식이고 인생을 대하는 마음의 태도이다. 모든 사람이 다르게 생긴 것처럼 영성도 그럴 것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영성은 하나로 모인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말씀과 삶에서 모두 하나가 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하느님 안에서 그렇게 된다. 그러면 나의 삶을 종합 요약하는 유언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나의 영성은 무엇일까?

 

아마 다윗왕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표현방식이 좀 다르겠지. 하느님 말씀을 잘 듣는 것을 ‘충실하여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그것은 기계처럼 규칙을 지키는 게 아니고 어떤 상황에서든 사랑의 길을 찾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시험 100점을 맞는 게 아니고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고, 잘못했을 때 그 즉시 그것을 인정하고 용서를 청하고, 잘 하지 못하거나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일지라도 주님을 신뢰하며 도전하는 것이다. 성공하지 못해도 괜찮고 잘 하지 못해도 괜찮다. 끝까지 하느님 편에 서서 주님의 길 쪽으로 걸으려고 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충실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 십자가 위에서 그 극심한 고통 중에 멋진 유언을 남길 수 없으셨겠죠. 그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장면입니다. 그 대신 주님의 전 생애를 생각하면 단어 하나가 떠오릅니다. 아버지의 뜻입니다. 주님은 억울한 죽음까지 아버지의 뜻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은데, 혹시 누가 압니까, 저도 그럴 수 있을지.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는 주님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선물입니다. 사람도 거짓유언을 하지 못할 텐데 하물며 주님께서 남겨주셨으니 저는 언제나 어머니께 청하고 무조건 인도해주시는 길로만 가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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