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2월 10일(성 스콜라스티카) 연결

이종훈

2월 10일(성 스콜라스티카) 연결

 

필리핀 성당에 가면 모든 성상들 끝, 사람의 손이 닿을 있는 곳이 반질반질하다. 사람들이 하도 만져서 그렇다. 심지어 미사 후에 제대 앞에 줄을 서서 감실에도 손을 대고 기도하기도 한다. 제대 위에 기둥을 일부분도 붙잡고 기도하는데, 그 기둥들이 저 높은 곳에 걸려 있는 성모님 이콘을 바치고 있다. 사람들은 성인, 성모님, 예수님과 연결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필리핀 형제들이 설명해줬다.

 

미신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꼭 그럴 수만은 없는 게 오늘 복음에는 사람들이 예수님 옷자락에 손을 대기만 해도 병이 나았다고 한다. “마을이든 고을이든 촌락이든 예수님께서 들어가기만 하시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 옷자락 술에 그들이 손이라도 대게 해 주십사고 청하였다. 과연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마르 6,56).” 의술이라고 해야 주술이 다였던 그 시대에 예수님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그분의 옷자락에라도 손이 닿으면 병이 나을 거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을 어리석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명의로 소문이 나면 그 병원은 붐비게 마련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 의사 선생님을 마주하면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지 않나? 그 소문을 어느 정도 신뢰하기 때문이다. 성상이나 감실에 손을 댄다고 어떤 신비한 기운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분들과 연결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만은 진심이라고 믿는다.

 

성경은 그것에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을 받았다고 전한다. 그렇다, 하느님 안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다 온전하다. 아무리 많은 상처를 받고 큰 죄를 지었어도 그분과 맞닿고 그분 안에 있으면 모두가 회복된다. 성상에 손을 대거나 이콘과 감실 앞에서 기도함은 모두 그런 간절한 바람, 하느님과 연결되고 그분 안에 있고자 하는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진리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요한 8,32).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대로 살려고 애쓴다. 하느님과 연결되고 싶기 때문이다.

 

예수님, 주님 말씀은 모두 진리입니다. 상처받은 세상은 참된 것을 만나야 회복되고, 참된 것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온전합니다. 진리들의 진리이신 주님과 연결되고자 창과 방패를 내려놓고 이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갑옷을 벗습니다. 알몸인 게 두렵지만 그보다는 주님과 연결되고자 하는 바람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안의 지성소인 양심을 잘 찾아가게 저를 인도해주시고, 거기에 새겨져 있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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