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2월 11일 크고 넓게

이종훈

2월 11일 크고 넓게

 

세상은 넓고 우주는 광활하다. 두 평 남짓 방에서 살고 교통 체증에 작은 차 안에서 짜증을 부리는 나에게 우주의 크기는 가늠되지도 않게 크고 넓다.

 

그런데 솔로몬은 그런 곳도 하느님이 계시기에는 부족하다고 고백했다. “어찌 하느님께서 땅 위에 계시겠습니까? 저 하늘, 하늘 위의 하늘도 당신을 모시지 못할 터인데, 제가 지은 이 집이야 오죽하겠습니까?(1열왕 8,27)” 그러면서도 자신이 지은 성전에 계셔주면서 자신의 기도와 청원을 들어달라고 기도했다. 수천 년 전인데도 솔로몬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았다. 사실 시간이 무슨 상관이 있겠나. 영원 속에 계시는 분에게 이 조그만 세상의 변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하느님은 정말 크고 넓으신 분이다. 우주가 그 크기를 가늠할 수없이 넓고 그 나이를 셀 수 있는 숫자가 부족하게 오래된 것처럼 우리는 크고 넓으신 하느님을 담을 수 없다. 그런데도 하느님은 이 좁은 땅으로 내려오셨고, 좁디좁은 내 마음 안에서 사신다.

 

어쩌다 비행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거나 산 아랫마을을 볼 때면 ‘아! 왜 이렇게 좁게 살까?’하며 후회스럽게 자신을 책망하지만 마을로 내려오면 또다시 그 쳇바퀴 속으로 들어간다. 세상이 이렇게 넓은 데 한 평도 차지하지 못하는 이 작은 몸속에 갇혀 답답하게 살고, 근거 없고 적대감에 시달리고, 쓸데없는 논쟁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한다. 그 광활한 우주가 내 안에 들어와 있고 죄인을 위해서 목숨까지 내놓을 만큼 넓은 하느님의 마음이 내 안에 있음을 기억하자.

 

예수님, 우주의 크기와 나이는 계산이라도 하지만 죄인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하느님의 사랑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제가 믿어할 것은 지구 밖에 생명체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하느님이 저를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모성이 저를 하느님의 신성으로 이끌어 갑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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