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2월 16일(연중 6주일) 되돌려드리기

이종훈

2월 16일(연중 6주일) 되돌려드리기 

 

“네가 원하기만 하면 계명을 지킬 수 있으니 충실하게 사는 것은 네 뜻에 달려 있다(집회 15, 15).” 가슴 뜨끔한 말씀이다. 사느냐 죽느냐가 결국 나의 뜻에 달려있다는 가르침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빚어 만드셨다. 당신이 자유로우신 것처럼 우리도 자유롭게 살아가게 하셨다. 제멋대로 살아갈 수 있는 우리에게 당신의 집에서 당신처럼 영원히 살려면 계명을 지키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아무에게도 불경하게 되라고 명령하신 적이 없고 어느 누구에게도 죄를 지으라고 허락하신 적이 없다(집회 15,20).” 그러니까 그 계명들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 사느냐 죽느냐가 온전히 나의 선택과 실천에 달려있다. 내게 주어진 자유의지가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다.

 

성인들이 왜 그렇게 하느님께서 주신 모든 것을 되돌려드린다고 자주 기도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말로는 계명을 지키고 의지를 주님께 드린다고 하지만 마음은 그러고 싶지 않다. 무의식에 담겨 있는 가짜 행복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나의 의식세계에서도 실제로는 언제나 내가 바라고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 매번 아파하고 후회하면서도 똑같은 짓을 저지른다.

 

하느님을 따르고 싶지 않나? 설마 그럴리야... 그보다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하느님의 세상으로 선뜻 발을 들여놓기를 주저하고 걱정하는 거다. 모든 것을 열고, 수십 년 들고 사람들과 싸워왔던 이 무기들을 모두 내려놓고 무방비 상태로 지내도 되나? 그러면 분명 상처받을 텐데, 그래도 괜찮을까? 잘 하지 못하고 성공하지 못해도 내쳐지지 않나? 지금 이대로 이렇게 살아가면 안 되는 줄은 알지만 주님 말씀대로 살자니 걱정된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사는 건 아닌데...

 

하느님은 이런 우리에게 당신의 아드님을 내어주셨다. 그분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줄 다 아시겠지만 내가 그것을 선택할 때까지 문밖에서 그리고 내 옆에서 기다리신다. 주님은 내가 하느님의 뜻을 선택하고 실천하게 격려하고 도와주신다. 찔린 옆구리와 뚫린 손바닥을 보여주시며 두렵기는 하겠지만 용기를 내보라고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하신다. “어떠한 눈도 본 적이 없고 어떠한 귀도 들은 적이 없으며 사람의 마음에도 떠오른 적이 없는 것들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마련해 두셨다(1코린 2,9).” 

 

주님,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신의 뜻을 따르겠다고, 제 의지를 드린다고, 말뿐이고 뜨거운 마음이 고작입니다. 실천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하는 줄도 잘 모릅니다. 누구도 그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그러데 그건 아마 오직 저만이 그걸 할 수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말뿐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고, 자꾸 실패해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다시 한번 마음을 활짝 열어 주님을 제 안으로 모셔 들이고 제 의지를 드린다고 고백합니다. 말만 아니라 마음도 그렇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그 이콘 작가가 성모님의 입을 아주 작게 그렸습니다. 아마 하느님 앞에서 우리가 할 말이 많지 않다고 가르쳐주려는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면 되니까요. 입만 아니라 몸도 그렇게 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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