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13일 거울

이종훈

3월 13일 거울

 

세상엔 참 별 사람들이 다 있다. 온 나라가 고통을 겪고 있는 데 이것을 한 몫 챙기는 좋은 기회로 여기로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를 사재기해서 큰 이익을 얻는 사람,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데 거기에 가짜뉴스를 퍼트려 더 불안하게 만드는 사람, 수고하는 의료진들이 자기 근처에 지낸다고 감염을 우려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요즘 생겨난 게 아니다. 그전에도 있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들이 더 잘 보이는 거다.

 

반면에 자기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를 양보하고 내놓는 사람들, 그 양이 너무 적어 미안해하는 사람들, 봉사하러 먼 길을 달려가는 사람들도 있다. 전쟁하는 군인처럼 고생하는 의료진과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다. 괜찮다고 견딜 만하다도 웃으며 말하는 그들 앞에서 눈물이 고인다. 감동 받아서가 아니다. 미안하고 정말 고마워서다. 이런 사람들이 저런 사람들을 더 잘 보이게 한다.

 

나누고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런 어려운 상황마저 돈벌이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 잘 드러난다. 그런데 선행이 악행에 대한 분노와 그들을 심판하고 벌주고 싶은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이상한 일이다. 용서라기보다는 그런 데 마음 쓰는 것조차 아깝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들의 선행에서 어떤 신성함이 느껴져 그런 속된 것들을 그 근처에 두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은 인간의 죄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참된 말씀만 하시고 좋은 일만 하신 분에게 도대체 누가 저런 못된 짓을 했냐고 화내지 말아야 한다. 마치 그것이 나의 의로운 분노인 것처럼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사랑하지 않고, 가난하고 고통 받는 가장 작은이들을 돌보지 않음이 그분을 저렇게 만든다(마태 25, 42-45). 그러나 그분은 용서하신다. 그게 죄인 줄도 몰라 뉘우치지도 않았는데 그분은 벌써 용서하셨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법을 어긴 게 아니라 사랑하지 않은 게, 가장 작은이들 안에 계신 주님께 아무 것도 해드리지 않은 게 죄다. 지금은 조용히 가만히 있는 게 애덕이다. 그리고 십자가의 길을 하고 단식하며 극기에 성공해서 뿌듯해하는 게 아니라, 삶 자체가 십자가의 길이고 단식이며 극기인 이웃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않음을 부끄럽고 마음 아파해야 한다.

 

예수님, 저는 그런 사람들을 단죄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런 일들은 오래 전부터 이미 있었고, 제 안에도 비슷한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악은 선으로 이김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 여기서 제가 할 선을 찾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런 혼란과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의 길을 찾아 그리로 가게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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