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15일(사순 3주일) 단식

이종훈

3월 15일(사순 3주일) 단식

 

요즘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의심과 불안인 것 같다. 저 사람뿐만 나 자신도 의심하게 된다. 그런 의심들이 쌓여 불안을 만든다. 교회가 미사까지 중단할 정도니 세상 모든 모임이 없어진 것 같다. 반갑지 않은 고요다. 그래서 불안하다.

 

요즘 교우들은 몇 주째 영성체를 못하고 있다.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주교와 장상들 그리고 그 결정을 따르는 교우들 우리 모두 정말 괴롭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우리는 이를 사랑의 거리두기라고 해석하고 이웃사랑의 표현이며 하느님을 사랑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에게 영적인 단식이다. 사순시기 다른 희생과 극기 훈련이 필요 없이 우리 모두는 아주 큰 단식을 하고 있다. 그 단식이 곧 이웃사랑이다.

 

예수님은 전교여행 중에 걷느라 지쳐 우물에서 한 여인에게 물을 청하셨다. 그런데 그 여인도 목마른 사람이었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다섯 번째 남자도 남편이 아니라니 그 여인의 목마름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있다. 그 여인은 예수님과 대화를 통해 그분을 믿게 돼서 그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이제 그는 이곳저곳 쫓아다니지 않고 바로 그 자리, 그가 살고 있는 거기에서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 하느님께 예배드릴 수(요한 4,23)” 있게 되었다. 예수님을 믿음이 그 예배장소이고 그분의 계명을 지킴이 진정한 예배이다.

 

그녀의 목마름을 해소시켜주기 시작한 것은 예수님의 목마름이었다. 주님은 십자가 위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목마르다고 하셨다. “이미 모든 일이 다 이루어졌음을 아신 예수님께서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게 하시려고 ‘목마르다.’ 하고 말씀하셨다(요한 19,28).” 우리가 목말라하는 것보다 주님의 목마름이 훨씬 더 큼을 안다, 그리고 무엇에 그리 목말라하시는지도. 그분의 목마름은 마중물처럼 우리의 갈증을 끌어낸다. 의무감에 참례했던 미사 성찬례를 넘어 그것이 의미하는 참된 이웃사랑, 벗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큰 사랑을 목말라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 거기에 마르지 않는 구원의 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이 과연 하느님의 뜻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형제자매인 주교와 장상들이 최선을 다해 고통스럽게 내린 결정이라고 믿는다.

 

예수님, 요즘 저희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이런 시련을 주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님도 저희와 함께 고통스러워하신다고 믿습니다. 주님께서 저희와 함께 계시니 이 시간은 은총입니다. 고통 속에서 더 귀한 것 더 신성한 것을 얻게 될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알지만 믿지 못하고, 믿어도 또 흔들리는 저희를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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