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17일 세례가 가리키는 것

이종훈

3월 17일 세례가 가리키는 것

 

부활대축일 미사는 다 함께 봉헌할 수 있을까? 호전되는 표지들이 나타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면 교우들과 함께 부활대축일 미사를 감격스럽게 봉헌하는 드라마틱한 해피엔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자유롭게 성당에 가서 성체 안에 살아계신 주님을 문안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미사가 봉헌돼서 적당한 시간에 참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늘 열려 있던 고해소도 닫혔고, 다른 데서 고해성사를 할 수는 있지만 눈치 보여 그것도 조심스럽다. 그런데 성찬례(미사)가 그리스도인들 삶의 원천이고 절정이기는 하지만 성찬례 참례가 세례의 목적은 아니고, 고해성사는 하느님의 용서를 얻는 자판기가 아니다. 우리는 구세주이신 예수님이 주신 계명을 실천한다. 서로 사랑한다. 성찬례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고 힘을 얻는다. 그렇게 살다가 실패하고 다친 상처를 고해소에서 치유받고 다시 일어나 걷는다.

  

온 국민이 정말 많이 희생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데, 몇몇 종교 단체가 이를 따르지 않아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준다. 오만인지 무지함인지 정말 답답하다. 사이비 종교의 악행과 종교적 오만함을 보고 정말 화가 많이 날 때는 도움이 안 되니 종교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수님은 종교를 만드신 게 아니라 창조주이신 하느님과 창조목적을 따르는 참된 인간을 보여주셨다. 세상 모두가 그렇게 되는 데 도움을 주려고 종교가 생겨난 것 아니겠나. 도움은커녕 혼란과 방해 그래서 짐스러우니 차라리 없어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어느 목사님이 이런 사태를 경험하고 목격하며 고백하신 것처럼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정치인이나 성직자가 아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대구로 달려갔던 의료진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돕지 못하고 많이 기부하지 못해 미안해하는 많은 시민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한 데 모으고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한다. 하느님은 당신을 우리에게 주셨다. 그러니 이제 하늘만 바라보지 않고 나와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을 따라 앞으로 간다. 아자르야가 불 속에서 바친 기도처럼 지금은 경건한 예배를 드리거나 종교적 도움을 받을 수 없지만 나와 우리를 뒤돌아보고, 잃었던 것을 되찾고, 벗어난 발길을 되돌리는 은혜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 저희에게는 제후도 예언자도 지도자도 없고 번제물도 희생 제물도 예물도 분향도 없으며 당신께 제물을 바쳐 자비를 얻을 곳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희의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을 보시어 저희를 숫양과 황소의 번제물로, 수만 마리의 살진 양으로 받아 주소서. 이것이 오늘 저희가 당신께 바치는 희생 제물이 되어 당신을 온전히 따를 수 있게 하소서(다니 3,38-40).”

  

예수님, 주님께서 우리가 이런 사태를 원하셨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희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를 고통스럽게 하신 것이 아니라 뒤돌아보고, 들여다보고, 내다볼 수 있게 해주셨다고 해석합니다. 일곱 번이나 용서했다고 오만해지지 않고 탕감 받은 만 탈렌트를 기억하겠습니다. 감히 하느님의 마음이 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작은 의인들을 위로하고 보호하며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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