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27일 불편한 진리

이종훈

3월 27일 불편한 진리

 

얼마 전에 집에 들어온 생쥐 한 마리가 우리를 신경 쓰이게 하더니 급기야 어제는 내 방에서 함께 자고야 말았다. 여러 벌레들과는 함께 지낼 만하지만 고놈과는 아직 그럴 수 없어 덫을 놓아 잡았다. 잡는 건 쉽지만 뒤처리가 … .

 

벌레든 뭐든 죽이는 건 마음 불편하다. 괴로울 정도는 아니지만 나와 눈이 마주쳐 기겁하던 고놈 얼굴이 기억난다. 못된 짓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가 먹는 소, 돼지, 닭도 그렇게 죽은 거다. 내가 잡았다면 나는 못 먹었을 거다. 어느 성서학자는 창세기 말씀을 거론하며 하느님은 과일(창세 2,16)과 곡식만 먹으라고 하셨다고 주장한다. 글자 그대로 해석한 거라는 거부감이 들지만 그 동물의 눈을 떠올리면 옳은 말인 것도 같고 …. 그래서 고기를 먹게 될 때마다 티 나지 않게 잠깐 나를 위해 죽어 준 그 동물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걸로 타협했다.

 

한 저명한 생물학자가 이 코로나 사태는 지켜야 할 야생의 경계를 인간이 함부로 무너뜨려서 발생한 거라고 했다. 먹을 게 없어 박쥐, 코뿔소, 뱀을 잡아먹는 게 아니지 않나. 남은 빵 부스러기를 새들에 주는 것도 새들을 먹이려는 게 아니라 새들이 그걸 먹는 모습을 보며 즐기는 거다. 그것도 자연의 질서를 깨뜨리는 행위이다. 그들은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해야 하는 데 말이다. 지탄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건 숲속에서 사는 자의 바른 행동은 아니다.

 

진실은 그것을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둘 모두를 불편하게 하고 때론 고통스럽게까지 만든다. 하지만 사실과 진실도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진리를 받아들이고 하느님과 하나가 되겠나. 하느님께 가는 길은 십자가의 길이다. 하느님이 아니라 오래된 우리의 비뚤어진 습성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거다. 만일 강론 시간에 교회가 가르치는 생명, 경제, 정치 등 그리스도교 윤리와 사회교리들을 정확히 설명해 준다면 분명히 많은 교우들이 불편해하고 그 후부턴 그 사제를 바라보는 교우들의 눈빛이 바뀌고 계속 그렇게 말하면 미사 참례자는 더 줄어들 거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제대로 아는 유일한 사람이셨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몰랐고, 알아도 아주 조금만 알거나 잘못 알고 있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그분 때문에 많이 불편했을 거다. 얼마나 불편했으면 십자가에 못 박아 살해하기까지 했을까. 주님이 예고하신 대로 당신을 따르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지만 진리는 다수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리는 하나이고 그리로 가는 길은 십자가의 길이다.

 

진리이신 예수님, 주님의 제자가 됨은 큰 도전입니다.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제 안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죄의 습성에 매번 ‘아니오.’라고 말하는 겁니다. 주님이 세상의 십자가를 지고 가셨으니 저는 제 것만 지고 주님 뒤를 따르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십자가의 길을 잘 가게 끝까지 도와주소서. 아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1593 [이종훈] 나해 6월 5일(성 보니파시오 기념일) 충만한 삶(+MP3) 2021-06-05
1592 [이종훈] 나해 6월 4일 해피엔딩과 인내(+MP3) 2021-06-04
1591 [이종훈] 나해 6월 3일 봉헌(+MP3) 2021-06-03
1590 [이종훈] 나해 6월 2일 배부른 일(+MP3) 2021-06-02
1589 [이종훈] 나해 6월 1일(성 유스티노 순교자) 하느님의 것(+MP3) 2021-06-01
1588 [이종훈] 나해 5월 31일(마리아 방문 축일) 가난한 마음(+MP3) 2021-05-31
1587 [이종훈] 나해 5월 30일(삼위일체 대축일) 너에게 맞추기(+MP3) 2021-05-30
1586 [이종훈] 나해 5월 29일(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증언(+MP3) 2021-05-29
1585 [이종훈] 나해 5월 28일 하느님 앞에 설 때는(+MP3) 2021-05-28
1584 [이종훈] 나해 5월 27일 기다림(+MP3) 2021-05-27
1583 [이종훈] 나해 5월 26일(성 필립보 네리 기념일) 자유로운 사람(+MP3) 2021-05-26
1582 [이종훈] 나해 5월 25일 제사(+MP3) 2021-05-25
1581 [이종훈] 나해 5월 24일(교회의 어머니 기념일) 뛰어넘는 사랑(+MP3) 2021-05-24
1580 [이종훈] 나해 5월 23일(성령 강림 대축일) 용서(+MP3) 2021-05-23
1579 [이종훈] 나해 5월 22일 호칭(+MP3) 2021-05-22
1578 [이종훈] 나해 5월 21일 남을 위한 나의 목숨(+MP3) 2021-05-21
1577 [이종훈] 나해 5월 20일 하나(+MP3) 2021-05-20
1576 [이종훈] 나해 5월 19일 이미 시작된 영원한 생명(+MP3) 2021-05-19
1575 [이종훈] 나해 5월 18일 하느님께 돌아가는 길(+MP3) 2021-05-18
1574 [이종훈] 나해 5월 17일 비움과 순종의 무기(+MP3) 2021-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