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28일 저 높이 날아오르려면

이종훈

3월 28일 저 높이 날아오르려면

 

하느님에 대해 말을 많이 한다고 내가 하느님과 친하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수도원 안에서 산다고 내가 하느님의 집에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세례를 받았으니 내가 하느님의 자녀가 됐다고 안심하지 말아야 한다.

 

위대한 신학자의 책을 읽을 때보다 자식들 주겠다고 나무토막처럼 변해버린 손으로 밭을 일구는 꼬부랑 할머니에게서 하느님을 더 가깝게 느낀다. 그 울림의 질이 많이 다르다. 신학자의 이론에는 오류나 허점이 있지만 꼬부랑 할머니의 호미질에는 그런 것들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예수님을 붙잡으려고 갔던 그 성전 경비병들이 그분에게서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느님은 아니 계신 곳 없이 어디에나 계신데도 그분을 멀게 느끼는 것은 우리가 아직 그분을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분을 잘 모르는 건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고 그분처럼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아 내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그런 거다.

 

남 탓 험담 비난하느라 되돌아오지 않는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다. 하느님이 주신 것들 꽁꽁 싸매 감춰 놓아봐야 결국 다 남 주고 내 몸은 먼지로 돌아간다. 그러니 다 주어 그것들에서 해방되고 나에게서 탈출하자. 예레미야 예언자는 그들이 자신을 없애려고 음모를 꾸미는 줄 모르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당했지만(예레 11,19), 예수님은 그런 줄 아시면서도 피하지 않으셨다. 죽여도 죽지 않고 다 내줘야 하느님을 가진다고 몸소 보여주신 거다, 십자가 위에서 그리고 그 꼬부랑 할머니 안에서.

 

예수님, 줄 건 없지만 도와줄 건 많습니다. 잘은 못해도 할 줄은 압니다.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돕고 희생하겠습니다. 바로 거기에 주님께서 아주 찐하게 계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기심과 자애심의 끈을 끊고 저 높이 날아오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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