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3월 30일 저 너머

이종훈

3월 30일 저 너머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11조의 내용이다. 이는 현실이 아니라 바람이다.

 

그런데 법은 자꾸 바뀌니 우리의 바람과 이상은 법대로 사는 게 아니다. 우리는 참되게 살기를 바라고 그것은 하느님의 뜻 안에 있다고 믿는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하느님의 뜻대로 살면 모든 게 잘 된다고 믿는 줄 안다. 그랬다면 예수님이 억울하게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고 순교자도 없었을 것이다. 믿음은 그 이상이고 이 세상 너머에 있는 어떤 것을 가리킨다.

 

우리 하느님은 질투하시는 분이라서(탈출 20,5; 34,14) 우리가 당신 말고 다른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 걸 정말 싫어하신다. 오직 당신께만 희망을 걸고 살기를 바라신다. 구약에서 에스테르 왕비는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주님께 피신처를 구하며 이렇게 기도드렸다. “저의 주님, 저희의 임금님 당신은 유일한 분이십니다. 외로운 저를 도와주소서. 당신 말고는 도와줄 이가 없는데 이 몸은 위험에 닥쳐 있습니다(에스 4,17(14-15)).” 억울하게 사형선고를 받은 수산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아, 영원하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감추어진 것을 아시고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전에 미리 다 아십니다. 또한 당신께서는 이자들이 저에 관하여 거짓된 증언을 하였음도 알고 계십니다. 이자들이 저를 해치려고 악의로 꾸며 낸 것들을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저는 이제 죽게 되었습니다(다니 13,42-43).” 하느님은 그들을 모두 살려내셨다.

 

그러나 하느님은 정작 당신의 아드님에게는 그러지 않으셨다. 오직 아버지 한 분만 신뢰하고 사랑하셨지만 예수님을 억울한 심판에서 구해내지 않으셨다. 못하셨을 리는 없고, 왜 그러셨을까?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그러셨다고 쉽게 말하지만 솔직히 이해가 잘 안된다. 2천 년 전 한 의인의 죽음과 하느님의 죽음이 오늘 여기에 사는 나와 어떤 관계가 있나? 그 사건이 나를 어떻게 구원한다는 건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설명을 들어도 너무 복잡해서 알아듣기 어렵다. 그래서 또다시 묻는다, 하느님이 살아 계시다면 왜 의인들을 구하지 않으시나? 그리고 그들은 왜 그런 고된 삶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그리될 줄 예상했으면서도. 우리의 삶은 여기가 다가 아니라 저 너머에로 이어지고 순례의 목적지는 죽음이 아니라고 그들은 증언한 거다.

 

예수님, 하느님은 벌주는 재판장이 아니라 용서하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시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하느님은 잘라내지 않고 모아들이십니다. 악인도 악행을 버리고 당신께 돌아오기를 바라시고 완전히 돌아올 때까지 끝까지 용서하십니다. 그런 하느님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정의로운 것처럼 보이나 속으로는 심판을 두려워하며 삽니다. 반면 이런 하느님 말고는 다른 희망이 없는 저희는 죄인이지만 기쁘게 삽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아드님 곁을 지키셨던 것처럼 이 순례가 끝날 때까지 제가 이웃을 함부로 심판하거나 복수하지 않고, 쉽지 않아도 용서하고 사랑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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