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5일(주님수난성지주일) 군중

이종훈

4월 5일(주님수난성지주일) 군중

 

말위에는 용맹한 장수나 왕이 있고 나귀 등에는 늘 짐이 얹혀 있다. 자기 몸보다 큰 짐들을 지고 시골길과 산비탈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평화의 임금이신 주님이 바로 이 나귀를 타고 당신의 마지막 일을 하시러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셨다.

 

예수님은 군중의 환호를 받으며 하느님의 도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셨지만 거기서 어떤 일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아셨다. 그 예상대로 군중의 환호는 사형선고로 돌변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마태 27,22.23).” 성전 최고의회도, 사형선고 권한이 있는 총독 빌라도도 예수님의 죄목을 찾아내지 못했다. 총독의 부인은 그분을 의인이라고 칭하며 그 재판에 관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마태 27,19). 그런데도 군중은 예수님이 사형되기를 바랐다.

 

예수님 덕분에 살게 된 이의 이름은 예수 바라빠였다. 메시아 예수는 죽고 죄수 예수 바라빠는 살았다. ‘예수’는 그 당시 흔한 이름이었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느님이 구원하신다(마태 1,21).’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니 많은 부모들이 그들의 바람을 담아 아들에게 지어주었겠지. 군중은 메시아 예수는 죽고 예수 바라빠가 살기를 바랐다(마태 27,21).

 

구원과 평화는 모든 이의 바람인데도 그 길이 왜 이리 험하고 먼지 모르겠다. 예수님을 그렇게 열렬하게 환호하던 군중이 죄목도 모르면서 사형을 외치는 폭도로 변한 것도 그렇다. 예수님이 손수 뽑으신 제자 유다 이스카리옷이 예수님을 팔아넘긴 것, 죽더라고 스승을 지키겠다고 한 열정적인 제자 베드로가 세 번씩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한 것도 마찬가지다. 유다가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마태 26,25)”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그 이상하고 못된 군중 속에 끼어 있지 않고, 유다 같은 사람은 절대 아니며, 베드로처럼 주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 같다. 평화의 길이 험난하고 먼 게 나 때문은 아니지 않나 … .

 

어떤 성서학자가 예수님을 반대하고 박해한 성경 속 인물들이 바로 우리라고 말했다. 우리 안에는 최고의회 의원, 빌라도, 유다 이스카리옷, 베드로들이 있고 그리고 예수님 덕분에 자유인으로 살게 된 예수 바라빠도 있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셨고 당신은 처음과 같이 마지막도 사랑하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려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셨다. 그들이 환호하든 사형선고를 내리든 팔아넘기든 배반하든 상관없이 인류 구원의 짐을 지시고 뚜벅뚜벅 걸어가셨다.

 

예수님, 주님 덕분에 제가 살아있고 용서하시니 다시 일어나 주님 뒤를 따라갈 수 있는 희망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여기서는 당신 몸보다 큰 짐을 지고 앞서가시는 주님 뒷모습만 보고 따라가지만 언젠가는 그 뒷모습과는 달리 평화롭고 밝은 주님의 얼굴을 뵙게 되리라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안에 있는 배반자와 박해자들이 저를 넘어뜨리지 못하게 보호해 주시고 실패하고 넘어져도 끝까지 주님 뒤를 따라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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