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15일(부활팔일축제 수요일) 새롭게 고백하는 오래된 믿음

이종훈

4월 15일(부활팔일축제 수요일) 새롭게 고백하는 오래된 믿음

 

모태에서부터 신체장애를 가져 걷지 못하던 사람을 베드로와 요한은 일으켜 세우며 걷고 뛰게 해주었다고 한다(사도 3,1-10). 그에게 한 베드로 사도의 말은 그 능력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주신 것임을 암시한다. “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사도 3,6).”

 

며칠 전 장애를 입은 어떤 신학생이 두 발로 걷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도 가짜 뉴스가 많아 심드렁하게 대충 읽고는 지워버렸다. 몇 시간 후에 그 본당 사제가 그 소동에 대한 해명 글을 올렸다. 그 또한 대충 읽고 지워버렸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내 믿음과는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 신학생과 부모 그리고 본당 사제들은 그것 때문에 여기저기서 전화받고 설명하고 해명하느라 꽤나 힘들었을 것 같다.

 

복음서는 예수님 전기도, 기적 이야기 모음이나 기적을 일으키는 비법 매뉴얼도, 도덕 교과서도 아니다. 그것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시고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시는지 알려주는 신앙의 책이고 영적인 책이다.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힘 있는 말씀과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셨던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느님 이야기이다.

 

지금이야 그분이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알고 고백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 그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였다. 제자들도 그분을 하느님의 사람, 예언자로만 알고 있었다(루카 24,19). 예수님도 그들이 그런 줄 아셨다. 하지만 나중에는 당신이 하느님이심을 드러내놓고 말씀하셨고 십자가와 부활 사건 후에 그걸 확실히 알게 될 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제자들은 그렇게 능력 있는 분이 그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굳게 믿었건만 …. 그런 혼란 속에서 풀이 죽어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은 당신이 생전에 가르치고 보여주셨던 하느님의 구원 이야기를 하나하나 다시 설명해 주셨다.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가 설명하는 구세주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 자기 영광 속으로 들어가게 되어있다고(루카 24,26-27). 그들의 가슴은 뜨거워졌고 드디어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발길을 되돌려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예수님, 아직도 하느님을 모르고 안다고 해도 잘못 알고 있습니다. 모태에서부터 장애를 가진 그 사람, 베드로가 일으켜 세운 그가 바로 저입니다. 제가 제 어미 태속에서 만들어질 때부터 하느님을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생명의 목적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하여 그분과 하나가 되는 거라고 입으로만 고백합니다. 마음은 하느님을 내세워 제 꿈을 이루고, 인정 사랑 존경받고, 아무도 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나 나 나! 했던 겁니다. 이 뿌리 깊은 자애심을 어떻게 뽑아내겠습니까? 주님이 다시 잘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십시오. 엠마오로 가는 길은 인생의 긴 영적 여정을 상징합니다. 숨은 기대와 헛된 바람이 깨지고 그 대신 그 자리에 참된 것, 이미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왔던 그것이 든든하게 자리를 잡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의 어머니, 하느님을 잉태하셨던 것처럼 제 안에 하느님의 말씀이 굳건하게 자리 잡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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