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16일(부활팔일축제 목요일) 증인

이종훈

4월 16일(부활팔일축제 목요일) 증인

 

선거가 무사히 끝나기를 기도했다. 내가 찍은 후보와 정당이 당선되는 게 아니라 공정성과 투명성을 의심하게 하는 소동이 일어나지 않고, 그래서 국민들이 쓸데없는 논쟁과 정쟁에 휘말려 피곤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국적인 모임으로 감염이 확대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나름 권위 있는 사람들이 이제 우리는 이전의 생활로 영원히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노래하고 운동경기를 보며 큰 소리로 응원할 수 없을 거란다. 이게 정말일까? 그러면 교회는 어떻게 하나? 교회라는 단어의 어원이 ‘모임’인데, 사람들이 모여 함께 있을 수 없다면 교회는 사라지는 건가? 설교와 강의는 온라인을 통해 가능하지만 성사는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 필수적이고, 성사만이 아니라 인격과 인격의 만남은 사이버 세계의 그것에는 없는 어떤 차원이 있다. 문자를 주고받다가 소통이 어려워지면 결국에는 직접 통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서로 만나지 않는 게 하느님의 뜻일 리가 없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모으려고 무진 애를 쓰셨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예언자들을 죽이고 자기에게 파견된 이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는 너!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 그러나 너희는 마다하였다(마태 23,37).” 우리는 꼭 다시 만나야 한다. 그러나 그전처럼은 아니다.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우리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시간이 아니어야 한다. 먹고 마실 곳이 없어서 교회 안에서 먹고 마시나, 스트레스를 풀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서 교회 안에서 그렇게 하나? 이제 본래 그 자리, 예수님이 바라시고 부르고 계신 우리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거기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 2천 년째 같은 일을 하시며 우리를 초대하시는 주님께 충실하게 응답해야 한다, 그분의 제자답게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답게.

 

교회는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곳이다. 예수님을 만나는 곳이고, 예수님을 믿는 이들의 모임이다. 예수님은 한 인간으로 사실 때도 그랬고, 부활하신 후에도 여전히 그분은 인격을 지니고 계신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과 대화하시고 그들과 식사도 함께 하셨다(루카 24,27.30). 유령인줄 알고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생선구이 한 토막을 청해 드셨다(루카 24,43). 그분은 살아계신다. 예수님을 주님이요 하느님이라고 믿음이 배타적이고 독점적으로 특정한 이들만을 위한 구원의 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분이 여기서 한 인간으로 사셨던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겠다는 결심이며 그렇게 살게 해주는 하느님의 은총을 청함이다. 우리는 할 수 없지만 하느님은 하실 수 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이란 없다(루카 1,37).

 

예수님, 저희는 주님 부활의 증인입니다(루카 24,48). 보아서가 아니라 믿어서 증인입니다. 들어서가 아니라 실천해서 증인입니다. 그때 제자들에게처럼 제 앞에 나타나지 말아주십시오. 그러면 엄청 놀라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제 믿음이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믿음으로 삽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믿었던 그 마음을 제게도 전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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