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걱정하지 마세요. (연중 8주일, 2월 26일)

이종훈

걱정하지 마세요. (연중 8주일, 2월 26일)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경기불황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라고 합니다. 물질주의나 황금만능주의를 경계하고 배격해야한다고 하지만 먹지 않고 입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그밖에도 우리의 삶은 여가생활이나 교우관계 등 정서적인 면에서도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런 모든 것들에는 돈과 물질이 필요합니다. 돈이나 물질 그 자체가 나쁘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만드신 모든 것은 다 좋기 때문입니다(창세 1,31). 그것들을 대하는 마음과 나누는 방법이 문제입니다. 돈과 재물이 우리 삶의 목적이 아님을 잘 알고 있어도, 그것들이 부족하면 불안해지고 마치 그것을 모으기 위해서 사는 것처럼 변합니다. 하느님께서 사람들이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부족하게 만드셨다면 열매들을 마음껏 다 따먹어도 된다고 하시며 그곳을 일구고 돌보라고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창세 2,15-17). 그렇지 않았다면 서로 경쟁해서 이겨 살아남는 자들만이 행복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을 겁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풍족하게 만들어주셨는데도 여전히 빈곤과 전쟁 그리고 전쟁 같은 경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습니다. 예수님도 그런 세상 속에서 사셨습니다. 공생활을 하시기 전까지 일하셨고 그렇게 얻은 돈과 음식으로 먹고 입고 사셨습니다. 생활비나 음식과 옷이 부족해서 걱정을 해보셨는지는 모르지만 그분도 분명 땀 흘려서 일하셨고 그에 대한 보수를 받으셨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만나는 다른 사람들의 걱정거리들을 알게 되셨을 겁니다. 그러신 분이 본격적으로 하느님 나라를 전하시며 바로 그 사람들에게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이 애써 찾는 것이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1-33).” 예수님이 금수저를 손에 들고 화려한 왕궁에서 살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면 이 기록이 오늘까지 남아 있지 않았을 겁니다. 그것을 듣는 이들도 귀로는 듣지만 마음으로 예수님을 비난하고 아무도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처럼 생활하셨기 때문에 그분의 말씀은 그들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도전적으로 들립니다.

 

돈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수도자들도 선교 사업이나 형제들의 생활과 의료비 때문에 걱정 고민을 합니다. 뒤돌아보면 돈이 없어서 해야 할 사업을 못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도 그렇게 됩니다. 예수님의 선교사들은 예수님을 따라 하느님 나라를 전하기 위해 몸 바친 이들이니 언제나 하느님 나라를 생각하고 예수님의 삶을 철저하게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성직자 수도자들에게만 그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들만이 예수님의 제자가 아닙니다. 하느님은 그들만 사랑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려는 모든 이들에게 그 말씀을 하셨습니다. 돈 걱정 너무 많이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친히 우리를 다스려주시기만을 바라고, 예수님이 보여주셨던 것처럼 의롭게 살도록 노력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돈 벌이 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돈이 주어지고 음식이 생겨날 것이니까 그런 걱정하지 말고 모두 기도만 하고 교회선교활동에 투신하라는 말씀이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이 다스리는 사회에서는 배고픈 사람, 억울할 일을 당해 우는 사람, 소외돼서 외로운 사람, 권력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부정한 방법으로 엄청난 재산을 쌓아두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세상에 재화가 부족해서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공정하게 나누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우리나라 소득 상위 1%에 드는 사람들이 나라전체 소득의 14%를, 10%의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50%를 가져간다는 조사 결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열 명중 한 명이 모든 재화의 절반을 차지하고 그 나머지를 아홉 명이 나누어 가진다는 것입니다. 고통의 원인은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나눔의 부족입니다. 나눔의 부족은 더 많은 자선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분배와 약자에 대한 배려와 도움을 담고 있는 법과 제도로 해결해야 합니다.

 

재벌 경제체제가 주는 소위 낙수효과는 더 이상 없기 때문에 경제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지만 실천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겉모양만 뿐만 아니라 사고방식도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집단지성의 성장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극소수의 사람들이 부와 권력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는 끝났음을 알았습니다. 부와 회사의 사유화가 절대적이라는 믿음도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교회는 오래 전부터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만 재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동선이라고 가르쳤습니다. 1%, 10%의 사람들과 그런 범주에 들어가려는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럽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겠지만, 이는 거스를 수 없는 가르침입니다. 그것은 이미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 안에 서서히 그러나 막을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스며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50년 전의 사고방식으로 세상과 삶을 이해하는 일부 사람들이 저항하지만 결국 그들도 이 큰 흐름에 합류하게 될 겁니다.

 

하느님 나라와 하느님의 의로움을 우선적으로 찾으면 사는데 필요한 그 밖의 다른 것들은 덤으로 얻게 될 것이라고 가르치신 예수님은 아마 인류 역사의 끝, 즉 그 완성을 내다보신 것 같습니다. 그분은 이것을 확신하셨기에 당신을 따르는 우리들에게 약속하셨습니다. 그분에게 아버지 하느님은 일생 사랑이셨고 무너질 수 없는 보호자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수난과 죽음을 받아들이셨고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라고 외치시며 당신이 아버지 하느님을 완전히 신뢰하셨음을 증언하셨습니다. 그분이 그러실 수 있었던 것은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라는 하느님의 약속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우리에게 더 쉽게 직설적으로 해설해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내일을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해도 늦지 않습니다. 오늘 수고하셨으니 이제 쉬세요. 하느님은 당신을 사랑하시니까 반드시 이 모든 것을 바로 잡으실 겁니다(마태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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