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21일 의지 봉헌

이종훈

4월 21일 의지 봉헌

 

엊그제 한 청년이 술에 취해 아무 이유 없이 고급 외제차를 발로 마구 차 망가뜨려서 엄청난 액수의 수리비를 물어내게 됐다고 한다. 그 차의 소유주는 그보다 더 어렸단다. 그 청년의 행동은 잘못됐지만 그 마음은 이해한다. 빈부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현실과 일부 몰지각한 부자들의 천박한 사치들을 보고 들으면 지금도 욱하는 마음이 생긴다.

 

돈은 똥 같아서 쌓아두면 악취를 풍기고 밭에 뿌리면 거름이 된다고 한다. 참 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더 많이 가지려고 하는 걸 보면 생명만큼이나 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오늘 다시 사도행전을 통해 초대교회의 모습을 전해 듣는다.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모두 큰 은총을 누렸다. 그들 가운데에는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팔아서 받은 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고,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사도 4,32-35).” 이게 정말일까? 오늘날도 이게 가능할까?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행복감을 주는데, 왜 그런 의심이 이는 걸까? 초대교회의 모습도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살았다는 것처럼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은 아닐까?

 

그게 사실이든 상상이든 이상이든 오늘 여기서 그렇게 지내면 좋겠다. 모든 게 투명해서 거짓이나 의심과 불신이 조금 없는 하느님의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 그런 초대교회 안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 사도행전은 전한다. 하나니아스와 사피라 부부가 땅을 판 돈의 일부를 떼놓고 나머지만 사도들 앞에 내놓아 죽게 되었다. 일부만 내놓아서가 아니라 그게 전부라며 하느님을 속이려고 했기 때문이었다(사도 5,4). 자기 소유의 재산을 모두 내놓았음은 곧 생명을 그리 한 것이고, 또 하느님을 그렇게 신뢰한다는 뜻이다. 하느님은 한 분이시고, 생명도 하나고, 믿음도 하나다. 전부 다 맡겨 영원히 산다. 일부만 내놓은 건 하나도 안 내놓은 것과 같아 결국 원래 있던 그 자리, 흙의 먼지로 되돌아가고 만다.

 

그런데 내 것이라고 하는 재산은 남의 것이 되기도 하지만 생각, 지식, 믿음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다. 하느님 나라에 사는 데 재산보다 사실 이런 것들이 더 큰 걸림돌이다. 니코데모는 그렇게 많이 배우고 높은 지위에 있었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요한 3,10). 그 지식들이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눈과 귀를 멀게 했다. 나의 기억, 지식, 판단들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완전하지 않을 테니 그것들을 믿지 말고 완전하신 분, 성령님께 맡겨야 한다. 그래서 성인들은 계속 자신의 의지를 하느님께 봉헌했다. 예수님 말씀대로 바람은 불고 싶은 대로 불고 우리는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 도통 모른다. 그러니 알 수 없는 걸 알려고 괜히 애쓰지 말고 그 바람에 실려 다니자.

 

예수님, 저희처럼 살아보셨으니 저희가 왜 잘 믿지 못하는지 아십니다. 그러니까 재물이 있는 저희 마음도 있다고 하셨겠죠(마태 6,21). 저의 기억과 신경계 등 이 육체 안에 새겨진 잘못된 법들이 매일 저를 끌어당기며 썩어 없어질 것과 하찮은 것들에 자꾸 마음을 쓰게 합니다. 이 육신 생명이 끝나야 그 끌림도 끝나겠죠. 그때까지 말과 마음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제 의지를 주님 손에 내어 드립니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 드립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하느님을 무한히 신뢰하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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