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4월 23일 연결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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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연결

 

사나흘 전부터 집 안에 집게벌레들이 평소보다 많이 눈에 띄더니 결국 꽃샘추위가 왔다. 그들은 추위가 오는 줄 미리 알고 따뜻한 곳을 찾아든 거다. 동물이나 곤충은 그걸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우주의 주인님과 아주 잘 연결되어 있다. 게다가 그들은 때가 되면 조용히 죽을 줄도 아는 것 같다. 거룩해 보인다. 주인의 뜻을 그렇게 잘 따르니 말이다.

 

외국 수도원에 가면 경당보다 먼저 와이파이를 찾는다. 이제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안경처럼 거의 신체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연결되어 있어야 편안하고 안심이 된다. 그런데 진정으로 안심되려면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산짐승과 집게벌레 저 친구들처럼 말이다. 죽은 이도 다시 일으켜 세우시는 분, 수난과 죽음의 위협도 견디어내고 끝까지 하느님의 뜻에 충실하게 해주시는 분과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 줄 아주 잘 알고 있는데, 막상 하느님과 연결되려 할 때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이 이상한 거부감은 무엇일까? 예수님처럼 되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 맘대로 살고 싶은 거다. 인간의 자아는 관 속에 들어가도 15분이나 살아있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보다. 지가 제일 잘난 줄 알고 제멋대로 살아 자신도 괴롭고 남들도 힘들게 하는 줄 알면서도 그걸 버리지 못한다. 어쩌면 안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마치 스마트폰에서 그 앱을 삭제해야 그걸 못하듯이, 죽어야 비로소 그 바람도 내 안에서 없어지나 보다.

 

잘 안된다고 포기할 수 없다. 어떻게 해서든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와이파이 신호가 약해도 연결되어 있어야 좀 기다리면 더뎌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안 열리는 병뚜껑도 한참 힘주고 있으면 열린다. 하느님과 연결되기 싫어하는 이 마음도 한참 달래면 마지못해서라도 연결을 허락하게 된다. 두렵고 떨리면서도 그러기로 한다. 맞다, 하느님의 신호가 약해서가 아니라 내가 완고하고 고집스러워서 그런 거다. 연결되면, 마음이 열리면 산짐승과 집게벌레만큼은 아니지만 어색하게라도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 온 마음이 아니라도 좋고, 뜨겁지 않아도 괜찮다. 체념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는 게 좋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하느님은 기뻐하신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수님, 주님은 하늘과 땅, 하느님과 죄인을 이어주신 유일한 중재자이십니다. 저희는 하느님을 알 수 없지만 주님은 아시고 저희도 주님을 통해서 하느님을 안다고 믿습니다. 믿음은 어느 시점에서는 결국 이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밖에 없습니다.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그런 뛰어넘음을 못마땅해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저는 제 안에서 그냥 끝나버리고 맙니다. 저는 하느님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의 두 손을 쥐고 계시니 어머니가 들으신 것을 제게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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