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3일(부활 제4주일, 성소주일) 길에서 받는 잔칫상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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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부활 제4주일, 성소주일) 길에서 받는 잔칫상

 

예수님을 착한 목자에 비유한다. 유목문화가 아닌 우리들에게 이 비유는 마음에 잘 와닿지 않지만 그 의미는 안다. 예수님이 우리 인간성의 참된 모범임을 알고 그분을 따라 살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이런 우리들은 그분은 이끌어주신다. 가다가 넘어지면 나무라시거나 일어나라고 다그치지 않으신다. 오히려 땅바닥에 같이 앉아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시며 내가 다시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신다. 다시 일어나면 그분은 나보다 한 발 앞에서 걸어가신다.

 

예수님이 일으키신 기적들을 따라 할 수는 없지만 그분처럼 좋은 일을 많이 하며 살고 싶은 마음은 그리스도인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는 바람이다. 예수님을 따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십자가의 수난과 죽음이다. 당신이 그리될 줄 알면서도 포기는 물론이고 삶의 방식도 바꾸지 않으셨다. 참 고지식하고 꽉 막힌 분이셨다. 오직 하나밖에 모르시는 것 같았다. 반대와 모욕, 고통과 허망한 죽음도 그분의 그 의지를 꺾지 못했다. 그렇게 고집스럽게 살게 했던 그분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선행과 의로운 삶이라는 인간적인 행위가 신성한 것으로 넘어가는 문이 바로 그 안에 있는 것 같다.

 

베드로 사도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권고한다. “사랑하는 여러분, 선을 행하는데도 겪게 되는 고난을 견디어 내면, 그것은 하느님에게서 받는 은총입니다. 바로 이렇게 하라고 여러분은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시면서, 당신의 발자취를 따르라고 여러분에게 본보기를 남겨 주셨습니다(1베드 1,20-21).” 선한 결심은 작심삼일이 되고, 나의 선행과 의로운 행동이 무관심과 반대를 받으면 거룩하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이 분노와 미움 또는 체념으로 돌변하는 나에게 예수님의 삶은 정말 큰 도전이다.

 

장례미사나 연도 끝에 시편 23장 ‘주님은 나의 목자’ 성가를 자주 부른다. 그런데 그 내용은 죽음보다는 사는 동안 주님께서 인도해 주시고, 어려움을 겪을 때 위로해 주시며, 반대자들을 만났을 때 바로 거기 원수들 앞에서 큰 상을 차려주시고 술잔을 가득 채워주신다는 믿음이다(시편 23,4-5). 안전한 곳이나 인정과 칭찬받는 곳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서 잔칫상을 차려주신다는 거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이 차려주시는 그 잔칫상을 받으셨고, 예수님이 그 잔치, 인간과 하느님이 결합하는 혼인잔치의 주인이셨다(마태 22,2). 예수님은 오늘도 세상의 모든 선한 이들과 의로운 이들과 함께 거룩한 제사를 봉헌하신다. 그들이 받았던 박해와 상처 그들이 흘린 땀과 피를 당신의 몸 안에 담아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참된 제물을 봉헌하신다. 그분은 그들을 참으로 기쁘게 해주시고 신성한 행복을 선물하신다.

 

주님, 혼인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식을 많이 낳아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합니다(창세 1,28). 주님은 제게 딱 맞는 자리와 가장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고 믿고, 설령 제가 주님 말씀을 잘못 알아들었어도 주님의 이름으로 선택한 걸 가장 좋은 것으로 바꾸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죄를 용서받음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 어떻게 있든 끝까지 선하고 의롭게 사랑하는 게 구원이고 제 인간성의 완성입니다. 뒤의 것은 버리고 앞의 것만 바라보며 오늘도 걷던 그쪽으로, 주님이 가시는 그 길을 따라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흔들리지 않고 반듯하게 걷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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