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4일 좋은 죄책감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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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좋은 죄책감

 

한 외국 여성 사진작가가 20년 동안 부모님의 배웅 모습을 담은 사진을 “Leaving and Waving”이란 제목으로 전시했다. 해가 갈수록 두 분은 왜소해지고 허리는 더 구부러져갔다. 그리고 어느 해에는 어머니 한 분만 손을 흔들어 배웅하셨다. 그 사진을 보며 울컥하여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감정을 설명할 수 없다. 남의 부모 사진만으로도 마음을 움직이는 게 부모인가 보다.

 

그리움보다는 죄송스러움이 더 크다. 자녀 둔 죄로 자식을 키운다고 하던데, 그 죄인(?)이 떠나면 반대로 자식이 죄인이 되나 보다. 부모가 되면 자식을 키우며 그 죗값(?)을 치른다고 위로받을 수 있겠지만 나는 어떻게 하나. 이러면 돌아가신 부모님은 속상해하실 줄 알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그런 걸 어쩌겠나. 이 죄책감은 죽는 날까지 털어낼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죄책감 때문에 두 분께 대한 그리움과 존경 그리고 고마움도 끝까지 남아있을 테니 좋은 죄책감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간성의 완성은 좋은 부모가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부모들은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거다. 어쩌면 마지막까지 끝내지 못할 숙제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오로 사도가 말한 대로 모든 의무는 끝이 있지만 다할 수 없는 의무가 사랑이기 때문일 거다(로마 13,8). 그래서 대부분 고민p하며 속만 태우는 사이 자녀들은 커버리고, 늙어서도 늘 자식을 걱정하며 저렇게 배웅하는 거겠지.

 

좋은 부모는 착한 목자인 예수님을 닮았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요한 10,11.17.18),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기 때문이다(마르 10,45). 우리 하느님은 우리들의 봉사와 도움을 요구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모든 이에게 생명과 숨과 모든 것을 주신다(사도 17,25). 어느 신화에도 이런 신은 없다. 아마 다른 종교도 그럴 것 같다. 하느님은 우리를 지배하고 감시하는 높은 분이 아니라 우리를 섬기는 종이고 우리를 기르시는 어머니 아버지시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분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분이 우리를 섬기시고 목숨을 내놓으신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밥 먹듯이 죄를 지어 그분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면 오늘 처음 그런 것처럼 용서하시고 치유하신다. 하느님은 바보다. 우리 부모님보다 훨씬 더 바보다.

 

주님, 좋은 부모가 되는 게 그렇게 어렵다는 데 저는 어떻게 합니까? 좋은 부모는 못 되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어떤 처지에 있든 모든 일에 주님께 감사하겠습니다. 은혜를 갚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살길 바라시기 때문입니다(1테살 5,18). 사실 영영 갚을 수가 없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스스로 낮추어 당신을 주님의 종이라고 부르신 게 아니라 그게 우리의 처지이고, 그래야 하느님을 닮을 수 있기 때문임을 이제 알겠습니다. 아드님을 따라 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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