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8일 사랑의 길 (+ mp3)

Loading the player...

5월 8일 사랑의 길

 

복음서는 예수님의 전기는 아니다. 그 대신 하느님의 자녀가 세상 사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하느님은 창조주이시니 하느님의 자녀라기보다는 인간이 피조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예수님은 세상 끝 날까지 사라지지 않을 모범을 남겨주셨다. 예수님을 따라 살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이고,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되고, 마침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고해 준다. 먹구름이 몰려오면 잠시 후에 비가 내리고 봄이 오면 죽은 것 같던 나무에서 잎이 나오고 꽃이 피는 것처럼 정말 그렇게 된다.

 

예수님은 가르쳐주신 모든 것과 당신 삶 전체를 하나의 계명으로 요약하셨다.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이다. 예수님의 아버지시며 이제는 우리 아버지이신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 이웃은 말할 것도 없고 원수까지 사랑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들 때문에 죽게 되어도 그들을 용서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그 말씀처럼 예수님은 진짜로 그렇게 하셨다.

 

이렇게 사랑하는 건 쉽지 않다. 미운 사람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지닌 사회적 차원 때문이다. 모두가 평등과 공정, 정의와 평화를 바라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지 않다.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비인격적인 일들이 점점 더 많이 벌어지는 것 같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과 나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잘못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우리 모두는 사회적 불평등과 불의의 공범이라고 할 수 있다. 저 사람이 저렇게 된 데에는 나도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들에 맞춰 법과 제도를 바꾸거나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세상의 부정적인 현상은 새롭거나 더 심해졌다기보다는 그동안 감춰있던 게 드러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법과 제도가 바뀌고 새로운 게 만들어지는 건 정말 흥미롭고 가슴 뛰는 일이다. 주님의 성령께서 일하고 계신다는 증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시간도 만드셨으니 시간도 당신의 것이다. 창조하신 우주 만물을 우리 인간에게 맡기셨으니 시간도 마찬가지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막중한 책임감으로 긴장하지는 않는다. 주님께서 세상 마지막 날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고 일하시니 믿고 따라 산다. 우리는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지 잘 안다. 예수님이 그 길이고 진리며 생명이시다(요한 14,6). 이제 우리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버리고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궁리하고 고민한다. 실패해도 실망하지 않는다, 또 하면 되니까. 도전 비난 박해에 놀라지 않는다, 세상은 원래 그러니까.

 

주님, 이번 국회의원 당선자 중 교우들이 26%나 된답니다. 개신교 신자들까지 합하면 그리스도인 국회의원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희망을 거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선하고 의롭게 살려고 애쓰며 그 길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만나는 이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길의 인도자이시니 저를 주님의 길로 인도해 주시고, 수난의 동정녀이시니 그 길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위로해 주소서. 또한 영원히 도와주시는 어머니라고 하셨으니 주님을 뵙는 그날까지 저를 도와주소서. 아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1713 [이종훈] 나해 10월 12일 부자 되기(+MP3) 2021-10-12
1712 [이종훈] 나해 10월 11일 바꿀 용기(+MP3) 2021-10-11
1711 [이종훈] 나해 10월 10일(연중 제28주일) 포기와 추종(+MP3) 2021-10-10
1710 [이종훈] 나해 10월 9일 하느님과 소통(+MP3) 2021-10-09
1709 [이종훈] 나해 10월 8일 예수님 편에서(+MP3) 2021-10-08
1708 [이종훈] 나해 10월7일(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마리아기념일) 섭리에 맡김(+MP3) 2021-10-07
1707 [이종훈] 나해 10월 6일 구원의 도구(+MP3) 2021-10-06
1706 [이종훈] 나해 10월 5일 손님으로 서 계신 주님(+MP3) 2021-10-05
1705 [이종훈] 나해 10월 4일(프란치스코 성인 기념일) 영성(+MP3) 2021-10-04
1704 [이종훈] 나해 10월 3일(연중 제27주일) 봉헌(+MP3) 2021-10-03
1703 [이종훈] 나해 10월 2일(수호천사 기념일) 어린이(+MP3) 2021-10-02
1702 [이종훈] 나해 10월 1일(소화小花 데레사 성인 기념일) 부끄러움(+MP3) 2021-10-01
1701 [이종훈] 나해 9월 30일(예로니모 성인 기념일) 구원하는 상처(+MP3) 2021-09-30
1700 [이종훈] 나해 9월 29일(대천사 축일) 거짓 없는 마음(+MP3) 2021-09-29
1699 [이종훈] 나해 9월 28일 칼집의 칼(+MP3) 2021-09-28
1698 [이종훈] 나해 9월 27일(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일) 성공지향 유전자(+MP3) 2021-09-27
1697 [이종훈] 나해 9월 26일(연중 제26주일,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사랑을 위한 회심(+MP3) 2021-09-26
1696 [이종훈] 나해 9월 25일 새 인류 그리스도인(+MP3) 2021-09-25
1695 [이종훈] 나해 9월 24일 그리스도의 은총을 받은 이들(+MP3) 2021-09-24
1694 [이종훈] 나해 9월 23일(성 비오 사제 기념일) 하느님을 보는 렌즈(+MP3) 2021-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