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10일(부활 제5주일) 우리는 다시 만난다.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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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부활 제5주일) 우리는 다시 만난다.

 

하느님 말씀이 마치 관심 없는 잡지를 훑어보는 것처럼 공허하게 들릴 때가 있다. 오늘 복음이 그렇다. 어제와 같은 내용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코로나 사태가 다시 나빠지는 것 같아 그런 것 같다. 수천만 명이 움직이고 만나는 선거도 그렇게 조심하며 무사히 치렀는데 일부 젊은이들의 방심으로 이런 일이 벌어져서 참 속상하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그 친구들이 미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교우들은 오늘 하느님 말씀, 예수님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라는 말씀을 또 듣는다.

 

예수님이 바이러스를 없애주시거나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해 주셨으면 하지만 그냥 마음이 그렇다는 거다. 그건 우리가 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하나가 돼서 일해야 한다. 서로 조심하고 돕고 위로하며 격려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그 ㅔ젊은이가 밉지만 그렇다고 그를 죄인으로 낙인찍을 수 없다. 내가 그 나이라면 나도 방심할 수 있고 다른 방식으로 이런 사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잠재적인 죄인이라는 뜻이 아니라 모두 약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두고 속상하고 화나는 것을 넘어 다 함께 힘들어 한다. 연대한다. 모두 힘드니 서로 돕고 위로하고 격려한다. 질책하고 미워하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그런 것도 아닌데 마음이 어둡고 무거워진다. 마치 그의 실수가 나의 죄가 된 느낌이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음은 우리의 이런 모든 연약함과 죄의 어두움을 짊어지셨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자주 아니 거의 매번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그렇게 하고야 만다. 아니 그렇게 되어버린다고 말하는 게 좀 위안이 될 것 같다. 바오로 사도가 고백한 그대로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로마 7,19).” 사도의 말처럼 내 안에는 하느님의 법에 대항하는, 아니 내가 아닌 다른 이를 따르고 싶지 않은 어떤 아주 강력한 법칙 같은 게 분명히 있다(로마 7,21). 나도 우리도 바라지 않는데 그걸 선택하고야 만다. 그래서 괴롭다. 예수님은 이 모든 것을 짊어지셨다. 영으로 하늘에서 하느님 품에 계시다가 우리처럼 진흙으로 만든 사람이 되셨으니 그분도 지금 우리가 느끼는 이 속상함과 괴로움 그리고 어쩌면 미움의 괴로움까지 다 겪으셨을 것이다.

 

우리는 요즘 잘 만나지 못한다. 만나도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다. 디지털 세계에서 서로 만난다지만 그건 비정상적인 임시방편일 뿐이다. 문자와 통화가 다르고, 통화와 직접 만남이 다르다.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차원이 다르다. 디지털 교회, 디지털 성사는 안 될 말이다. 그건 임시방편이고 보조수단이다. 우리는 하느님과 직접 만나고, 형제자매처럼 만나야 한다. 함께 기도하고 목소리 높여 침 튀기며 하느님을 찬양해야 한다. 지금은 이렇게 하는 게 매우 어렵게 됐지만 우리는 다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인류의 모든 죄를 짊어지시고 우리를 당신이 본래 계시던 곳, 하느님이 계시는 곳으로 이끌어 가셨던 예수님을 따라간다. 속상함과 답답함을 애써 부정하거나 다른 마음으로 바꿔 자신을 속이지 말고 예수님처럼 우리의 것으로 짊어지자. 지금 힘든 이 시간을 우리 모두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인내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은혜의 시간으로 바꾸기를 바란다. 그렇게 이 시간을 잘 견디어내면 조금 더 성숙하고 조금 더 거룩한 모습으로 주님께 감사드리고 찬양하게 될 것이다.

 

주님, 감히 주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저와 우리의 것을 지는 것도 이미 버겁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주님이 먼저 그렇게 사셨음을 기억하고 이게 주님의 마음이었을까 하고 상상하면서 삶의 새로운 차원을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련을 주님께서 주셨을 리는 없지만 이 시간 동안 주님은 저희를 더 깊고 높은 곳으로 이끌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인내와 너그러움이 정말 필요한 때입니다. 더 넓고 관대한 마음을 갖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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