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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5월 29일(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죽음 생명 사랑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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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죽음 생명 사랑

 

눈이 침침해 만지다 보니 그 옆으로 움푹 들어간 곳 옆에 뼈가 만져진다. 인중 옆에 그리고 귀밑으로도 뾰족한 턱뼈 끝이 만져진다. 나의 머리뼈다. 영화와 사진에서 보던 그것이다. 그렇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

 

죽음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죽음의 문화라는 말이 기억난다. 죽음을 생각하면 우울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당연한 걸 말 그대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거다. 진리에 순종하는 거다. 그러면 삶에 생기가 서서히 차오르는 걸 느낀다. 조급한 마음으로 할 일을 서둘러 찾는 게 아니라 평화로운 마음으로 오늘 해야 할 일과 만나게 될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 안에는 일상적인 허드렛일과 신중하고 섬세하게 다루어야 할 일, 그리고 스쳐갈 이들과 눈을 바라보거나, 귀를 세워 그의 말을 들으며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따가는 지금 느끼는 만큼은 못하겠지만 이 시간만은 진심으로 그렇게 하고 싶다. 당연한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에 내려주시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오늘 우리는 목숨 바쳐 신앙을 지킨 우리 순교자들을 기억한다. 그분들이 겪었던 모진 박해와 처참한 죽음이 떠오르지만 그보다는 그분들이 동료들에게 지녔던 순수한 형제애와 하느님 사랑이 그 본질이다. 극한 고통과 죽음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순종 그리고 하느님과 이웃 사랑을 기억한다. 그분들의 증언을 기억한다.

 

그 증언과 기억으로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한다. 사랑은 마음에만 갇혀있지 않고 뜨거운 마음만이 아니며 추상적이지도 않다. 언제나 실천이고 구체적이다. 그러면 어떻게 살까? 우선 속상하고 화나는 일이 생기겠지만 그렇다고 그대로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잠시 멈추고 그것들과 대화하지 않고 그것들에 참견하지도 않으며 그것들이 내 안에서 다 빠져나갈 때까지 눈을 감고 기다린다. 그다음은 선하고 의로운 것을 식별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것들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 대신 내가 선택한 것을 주님께 말씀드리고 나머지는 주님이 이끌어달라고 청한다. 마지막으로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들을 단죄하지 않는다. 원래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내가 상처받는 것은 그의 실수거나 나의 오해일 수 있으며 설령 그가 의도적으로 그랬다 해도 최종 판단과 심판은 내 몫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님, 이런 저의 거룩한 결심을 아마 잘 못 지킬 겁니다. 그래도 이렇게 살고 싶은 마음은 진심입니다. 아프더라도 말입니다. 주님 말씀대로 씨앗은 열매를 품고 있지만 그 열매를 볼 수 없습니다. 그 열매는 세상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열매를 사람들에게 주는 대신 저는 주님 계신 곳에 있게 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밖에 있는 진리의 소리를 제 마음속에서 듣습니다. 그 말씀에 따라 이 조그맣고 답답한 육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아다니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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