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5월 31일(성령강림대축일) 주님 말씀 듣기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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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성령강림대축일) 주님 말씀 듣기

 

전례력으로 50일간의 긴 부활축제를 마치고 성령강림대축일을 맞았다. 하지만 대축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의 마음은 기쁘지 않고 오히려 아직도 어두운 것 같다. 부활축제 기간이라지만 교우들과 함께 성삼일 전례와 부활대축일 미사도 봉헌하지 못했다. 아직도 사순시기를 보내고 있는 느낌이다. 전례력에 맞춰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지기를 은근히 바랐었는데....

 

그런데 이 사태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런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인 현상도 있다. 우선 공기가 맑아졌고 그동안 우리가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알게 됐다. 강제적이지만 홀로 조용히 있는 시간과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세상이 조용해졌다. 교회는 신천지 단체 사람들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소극적으로밖에 대응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온 나라가 그들을 알게 됐다. 우리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느님이 바이러스를 퍼뜨리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어려움을 겪는 온 인류에게 뭔가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온 인류가 이 어려움이 끝나는 시간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예수님도 우리가 당신 말씀을 알아듣기를 그렇게 기다리고 계시겠지.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예루살렘을 두고 한탄하셨고(마태 23,37; 루카 13,37), 가까운 친구들도 당신 말씀을 알아듣지 못해서 눈물까지 흘리셨으며(요한 11,35), 십자가 위에서 목마르다고 말씀하셨다(요한 19,28). 그리고 그분은 끝내 아버지의 뜻이 다 이루어지게 하셨다(요한 19,30). 사람들은 그분을 잘 모르고 믿지도 못했지만 그분은 다 해내셨다. 그러니 그분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세상은 그리고 바이러스는 우리 전례력을 따르지 않지만 주님은 이에 맞춰 당신 양들에게 말씀해 주실 거다. 마음을 모아 다시 주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예수님은 초막절 가장 중요한 날에 큰 소리로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 이는 당신을 믿는 이들이 받게 될 성령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다(요한 7,37-39). 초막절은 광야에서 이스라엘에게 물을 주셨던 사건을 기억하며 오늘도 그런 일이 여기서 또 일어나기를 바라는 잔치였다고 한다. 그리고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는 태초에 진흙 인형에 숨을 불어넣어 사람을 만드셨던 것처럼 그들에게 성령을 불어 넣어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3).”

 

우리 모두의 이 목마름을 해소시켜줄 생수가 그분 안에 있고, 그분은 용서의 능력을 넘겨주셨다. 용서는 하느님만 하시는 건 줄 알고 있는(마르 2,7) 우리에게 이제는 우리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아니 용서는 하느님께만 미뤄놓고 살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용서하면 용서받고, 아니면 그대로 남아 있게 됐다. 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열쇠가 우리들 안에 있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과 코로나 사태가 끝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목마른 우리에게 주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시 마음에 새겨듣는다. 사실 지금 성사 생활이 그 전처럼 자유롭지 못한 것 말고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때도 잘 하지 못했는데 성체를 자주 영하지 못하고 고해성사를 받지 못해 기운이 없어 못한다는 건 누가 들어도 핑계다. 반대로 성사 생활이 자유롭던 때에 그렇게 못 했던 건 강우일 주교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의 신앙이 개인적인 구원과 마음의 평화만을 지향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우리는 재확인했다, 우리는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 함께 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용서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제 정말 살 수 없음을.

 

주님, 주님은 당신이 선택하신 사람 몇몇만이 아니라 그들과 그들이 만나는 모든 이들이 살게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래서 주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는 저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시는 건가요? 저희는 못하지만 주님이 도와주시면 할 수 있습니다. 주님의 성령으로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을 놓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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