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4일 다 아는 계명(+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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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다 아는 계명

 

동이 트기 전인데 산 식구들은 기지개를 편다. 새들은 새벽부터 뭐 그리 바쁜지 말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 말고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다. 아주 잘 들리는데 모르겠다.

 

율법 중에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이냐고 예수님께 물었던 그 율법학자는 몰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앞서 예수님께 도전해왔던 바리사이들과 사두가이들의 말문을 막아버렸다는 소문을 듣고 아마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그랬을 거다(마태 22,34-35; 루카 10,25). 그 질문에 예수님은 거침없이 대답하셨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마르 12,30-31).” 

 

이것은 예수님이 특별히 총명해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거의 상식과도 같은 내용이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러니까 그 율법학자가 맞장구를 쳤던 것은(마르 12,32-33) 예수님이 이상한 사람이 아님을 확인한 셈이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은 따로 지킬 수 없는 계명이다. 하느님 사랑이 이웃사랑보다 우선이지만 실천에 있어서는 이웃사랑이 앞선다. 보이는 이웃도 사랑하지 못하는 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위선이거나 환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굳이 예수님의 말씀을 떠올리지 않아도 이웃사랑은 인류 보편 언어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계명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바라는 세상의 규범이고 원리이다. 

 

요즘은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갇힌 것 같은 느낌이다. 이것저것 다 고려하며 하려니 차라리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그건 아닌 것 같아 답답하다. 오늘 화답송의 후렴구처럼 ‘주님, 당신의 길을 알려 주소서(시편 25,4).’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교우들과 나눌 수 있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어서 참으로 고맙다. 복음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던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하느님의 말씀은 감옥에 갇혀 있지 않다(2티모 2,9).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이웃사랑이고 하느님이 기뻐하실지 고민하고 기도한다. 사랑은 쉬우면서도 참 어렵다. 

 

주님, 사랑은 생각과 입이 아니라 마음과 몸으로 하는 실천입니다. 그 율법학자에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 하느님 나라는 가까이 있습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주님의 길을 선택하고 실천하게 도와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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