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6일 주님을 따르는 마음(+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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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첫 토요일 성모 신심) 주님을 따르고 싶은 마음

몇 주째 주방에 들어와 있는 쥐와 신경전 중이다. 덫에 뭘 걸어 놓아도 들어가지 않고 끈끈이는 이리저리 치워 놓는다. 그놈 생각보다 훨씬 더 영리한 것 같다. 정말 잡거나 내쫓고 싶은 데 방법을 모르겠다. 유경험자나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쥐를 잡는 데 도움을 구하는 마음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게 도와달라고 청하는 마음이 많이 다르다. 입으로는 간절한 것처럼 말하지만 깊은 속내는 쥐를 잡고 싶은 만큼 절실함이 없다. 어쩌면 비천한 인간은 주님을 따르기 어렵고 하느님의 뜻을 따를 수 없다고 미리 정해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주님을 따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다. 원래 인간은 그럴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런데 성모님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셨다. 원죄에 물들지 않은 채 특별한 방식으로 수태되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예수님이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친척들과 예수님을 붙잡으러 나서신 것을 보면(마르 3,21.31-32) 다른 보통 어머니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여 낳으신 분이어도 그분의 생각과 행동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우주가 지어 만들어질 때 그 옆에 계셨던 분의(잠언 8,22) 생각과 계획을 한 세기도 제대로 살지 못하는 인간이 어떻게 알겠나? 시대를 앞서갔던 사람 이야기를 하며 그를 칭송하지만 그 당시는 그가 얼마나 많은 박해를 받으며 힘들게 살았는지 우리는 잘 안다. 주님을 따라 산다는 건 인생의 큰 도전이다.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다지만 완전히 신뢰하지 못한다. 주님을 따르겠다고 고백하지만 그 바람이 절실하거나 간절하지 않다. 매번 주님을 따르지 못했다고 가슴을 치면서 그런 속내를 교묘하게 숨기는 것 같다. 이런 행동이 위선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세례의 은총을 어떤 동아리 소속 증명서 정도로 생각하는 거다. 예수님의 다른 친척들은 예수님이 미쳤다고 생각했겠지만 성모님은 아드님이 혹시 하느님의 뜻에서 멀어졌을까 봐, 아니면 그런 행동들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될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을 것 같다. 그날 천사는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루카 1,33).”라고 예언했으니 말이다. 그렇다, 성모님은 하느님을 신뢰하셨고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온 마음으로 바라셨다. 그래서 그분은 다치거나 십자가에서 그렇게 돌아가시면 안 된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성모님은 우리와 같은 한 인간이셨다. 그분은 예수님이 내다보시는 세상도 볼 수 없고 부활도 몰랐지만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셨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의 믿음은 지금 우리처럼 캄캄했었을 것 같습니다. 비천한 인간이라서 주님의 계명을 지키지 못한다고 핑계 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솔직하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참 좋은 분이니 제게 좋은 것만 주신다고 믿고 제가 받은 세례의 은총에 의지하여 주님의 길을 걷습니다. 저를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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