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8일 다시 보기(+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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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다시 보기

 

미니멀리즘, 소확행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이젠 일상용어가 된 느낌이다. 그리고 요즘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공존과 상생까지, 이런 말들은 수도 생활의 외형적인 모습을 잘 표현한다. 수도자들은 최소한의 것들만 소유하고 단순미를 추구한다. 소소한 것들에서 확실한 행복감을 맛본다. 거기에 세상 속에서 살지만 세상은 물론 가족과도 일정 거리를 두며 그런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이루며 산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내가 어떻게 돈을 벌어먹고 사는지 참 궁금해한다. 사실 나도 이렇게 살아가는 게 기적 같다. 그렇다고 동화의 베짱이처럼 매일 노래하며 놀지 않는다. 오히려 일을 너무 많이 하지 않으려고 주의한다. 아합 왕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는 피신해야 했던 엘리야에게 하느님이 까마귀를 시켜 먹을 것을 매일 날라다 준 것처럼(1열왕 17,6) 하느님이 우리를 먹여 살리신다고 믿는다.

 

요즘은 성소자가 없다고 걱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수도자는 본래 많으면 안 된다. 사람은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야 하기(창세 1,28) 때문이다. 수도자와 종교인들은 세상을 이끌 수 없다. 오래전에는 사회, 문화, 교육, 때론 군사 분야에서도 그런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세상을 지배나 지도한 것이 아니라 나눔이었다고 생각한다. 수도 생활에는 발전이 없다. 늘 그대로다.

 

그들의 삶은 세상에 뭔가 근원적이고 매우 본질적인 어떤 것을 표시한다. 하느님이다. 예수님이 아버지라고 부르셨던 바로 그분이시다. 그분을 세상에 보여준다. 그분이 우주 만물의 주인이시고 그분이 우리를 먹고살게 하신다고 선포한다. 그분이 멈추시면 모든 것은 사라진다. 많이 갖지 않아도, 위대한 인물이 되지 않아도, 성공하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고 작은 소리로 크게 외친다. 살아계신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의 말씀을 잘 듣고, 그분의 계명을 지키면 예수님이 누리셨던 행복, 신적인 행복을 우리도 똑같이 누릴 수 있다. 마음을 바꾸고 세상을 다시 보면서 스스로에게 묻자, 나는 행복한가?

 

예수님, 뭔지도 모르고 이 삶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게 다 뭔지 잘 모르고 아직도 쓸데없는 것들에 자주 마음을 빼앗기지만, 한 가지 분명히 아는 게 있습니다. 하느님께 감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를 가려 줄 키 큰 아버지도 없고, 저를 업어 줄 어머니의 등도 없습니다. 이제는 성모님이 제 아버지요 어머니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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