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15일 주님 앞에서 토해내기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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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5일 주님 앞에서 토해내기

 

희생과 용서는 사랑을 이루는 큰 기둥인 것 같다. 이 둘 중 어느 게 더 어려울까? 용서인 것 같다. 우리는 가끔 내게 필요한 것도 이웃에게 내어 준다. 사랑하는 사람과 어려움을 겪는 이웃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서 없는 시간을 만들어내고 더 많은 땀을 흘리기도 한다. 거기서 수혜자들은 몰라도 본인은 보람이라는 큰 선물을 받는다.

 

그런데 용서는 보람은 고사하고 회복이 최고의 보상이다. 사람은 본래 화를 참지 못하고 억울함이 가장 참기 어려운 감정이라고 한다. 인내한다지만 불만과 화를 차곡차곡 쌓아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더 이상 쌓아둘 데가 없거나 어떤 계기가 되기만 하면 그 모든 것이 다 쏟아져 나온다. 자신은 잊었고 다 용서했다고 한 과거 일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기억하고 있었음에 자신도 놀란다. 그렇게 쏟아붓고 나면 그 시간은 마치 집안 묵은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것 같이 시원하지만 그 후 즉시 자신이 초라함을 넘어 비참하다는 자괴감으로 더 괴로워진다. 그전보다 더 아파진다. 아니길 바라지만 바로 그게 나다.

 

이런 우리들에게 예수님의 이 말씀은 절망적으로 들린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마태 5,39).” 악인의 폭력에 그냥 당하고만 있으라는 뜻은 아니다. 세상의 폭력, 불의, 부정에 눈을 감고 귀를 막으라는 뜻은 더욱 아니다. 폭력에 비폭력으로 대항하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정당방위가 아닌 모든 폭력을 거부한다. 폭력은 절대로 미화되지 말아야 한다. 악마의 존재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지만 세상일을 보면 그것이 힘을 발휘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그것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없다. 하느님도 죄인으로 몰아 돌아가시게 했다. 우리가 그것에 맞서 이기는 유일한 길은 그것을 피하고 그것이 힘을 쓰지 못하게 하는 길뿐이다. 폭력의 욕구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심한 복수라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도 내 안에는 억울함, 원망, 분노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인내한다고 거룩한 척하지만 그것들은 소화되지 않은 채 내 안에 고스란히 쌓인다. 이것들을 모두 내 안에서 그리고 우리들 안에서 밖으로 내다 버려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한다. 십자가의 주님 앞에서 이 모든 것을 다 말씀드린다. 고자질하고, 복수하고 싶은 마음과 그가 하는 일이 잘 안되기를 바라는 유치한 마음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다 토해낸다. 주님은 우리 처지를 잘 아실 뿐만 아니라 억울한 죽음의 고통 중에서도 당신을 조롱하고 못질한 이들까지 용서해달라고 청하신 분이다. 그분 앞에서는 숨길 수 없고 그분은 모든 것을 다 이해하신다. 주님은 그렇게 세상의 죄를 없애신다.

 

주님, 저는 주님처럼 못합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저의 죄를 용서하시고 허다한 허물들을 다 덮어주셨는데 어떻게 주님 말씀을 따르지 않겠습니까. 주님처럼은 못해도 있는 힘을 다해 저를 불편하게 하는 이웃들에게 미소 짓고 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며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줄 겁니다. 마음은 여전히 그르렁 대지만 그렇다고 그런 행동들이 위선은 아닙니다.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지키려는 저의 몸부림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 계명 길에서 넘어지는 저를 위로하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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