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17일 다시 기도하기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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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다시 기도하기

 

설마 했는데 진짜로 북한은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해버렸다. 2-3년간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느낌이다. 처음 겪는 일이 아닌데도 참 속상하고 마음 아프다. 평화로 가는 길이 정말로 험난하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라고 하셨던 예수님 말씀처럼 우리가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야 평화를 이룰 수 있나 보다.

 

보잘것없지만 매일 밤마다 공동체가 모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기도하는데 결과는 너무나 실망스러워 그만두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쉽지 않을 것이고 이런 종류의 일이 여러 번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겪으니까 정말로 이런 하찮은 기도들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몇 명만 선하고 의롭게 산다고 어떻게 평화와 통일이 이루어질지 의심이 생긴다.

 

그렇다, 이건 유혹이다. 이런 종류의 일들, 우리를 실망시키고 포기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었다. 우리 공동체가 이 기도를 시작할 때 가졌던 지향을 새롭게 한다. 그것은 민족 평화와 통일이라고 거창하지만 그 시작은 우리 먼저 서로 이해하고 인내하고 화해하여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다. 제도와 법 그리고 전략도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우리이다. 서로 신뢰하고 이해하고 용서하지 않으면 평화도 통일도 없다.

 

북한이 그깟 대북전단 때문에 저러지 않을 거라는 건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북한 내부 사정이 생각보다 훨씬 더 안 좋은 것 같다. 한두 사람이 서로 화해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우니 국가 차원의 평화를 이루는 것은 얼마나 어렵겠나. 민족 화해와 평화통일은 21세기 우리의 민족적 과제이고 하느님의 힘이 드러나게 될 곳이라고 믿는다. 어제는 많이 속상하고 실망했지만 오늘은 다시 일어나 기도한다. 그리고 나부터 먼저 어떠한 형태이든 비난이나 험담은 안 하기로 결심하고 마음 안에서 불신과 미움이 일어나면 그 즉시 멈춘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마음을 드높이며 하느님의 뜻을 생각한다. 우리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과 화해시키려고 아드님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셨다. 하느님은 내가 싫어하는 그들도 사랑하시고 그들을 위해서도 목숨을 바치신다는 믿음을 새롭게 한다.

 

주님, 저희 사이를 갈라놓은 불신과 불목의 강물이 다시 크게 불어 낳습니다. 저희에게는 이 큰 강물을 둘로 갈라 마른 땅을 밟고 다가가 서로 만나게 해줄 모세의 지팡이도 엘리야의 겉옷도 없습니다. 그 대신 우리는 기도할 수 있고, 이해하고 인내하여 사랑할 수 있는 주님의 은총이 있습니다. 제 눈으로 평화통일을 목격하지 못해도 주님 편에서 주님의 은총에 기대어 기도하고 사랑의 계명을 지키려고 노력했음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세상에서 가장 아프고 주님 말고는 치유할 수 없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주님이 가장 잘 드러나실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머니를 아는 모든 이들이 함께 한곳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주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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