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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6월 20일(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예수님께 가는 길이신 성모님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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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예수님께 가는 길이신 성모님

 

주방에 쥐가 다닌 흔적이 있어 정말 신경이 쓰인다. 덫은 건드리지도 않고 끈끈이는 이리저리 밀어 놓는다. 급기야 쥐약까지 놓았는데도 여전히 주방을 활보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같이 친하게 지낼 마음은 없고 죽이기도 싫고 제발 나가줬으면 좋겠다.

 

새벽에 식당에서 눈이 마주친 그놈 생각이 나서 도무지 묵상이 되지 않는다.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님 마음을 생각하기보다 자꾸 짜증 난 마음으로 그놈을 처리할 방법만 찾으려고 한다. 다시 마음을 돌이켜 성모님 마음을 묵상하려 하지만 어느새 또 그놈 생각을 하고 있다. 속된 말로 나는 그 녀석에게 꽂혔다. 적절치 않은 비유지만 기도 중에도 그 녀석 잡을 궁리만 하게 되는 것처럼 성모님은 오직 예수님 생각만 하셨나 보다. 놀이공원에서 잃어버린 자녀를 찾아다니는 부모의 마음 안에 그 아이 말고 다른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성모님의 마음은 티 하나 없어서가 아니라 예수님만 계셨기 때문에 깨끗한 거다. 그 마음은 또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하느님께 내어드렸다. 마리아님이 가브리엘 천사의 제안을 수락했을 때 하느님은 얼마나 기쁘셨을까?

 

성전에서 사흘 만에 아들을 찾은 마음 안에는 아드님 생각도 없이 아무것도 없어 완전히 비어 있었을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아들의 말을 들었다. 어머니 살아 계실 때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 여쭈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다 기억하고 계셨던 거다. 성모님도 그런 마음으로 들은 아들의 말을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었을까?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 아들의 다른 말과 행동들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에 간직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걸 생각하셨을 거다.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의 시신을 안고서도 말이다.

 

기도 중에도 내 관심사에 마음을 이렇게 빼앗기니 어떻게 오직 예수님만 담긴 성모님 마음을 닮겠다고 결심하겠나. 그러니 예수님 마음을 닮는 건 언감생심 어림도 없는 생각이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고, 성모님은 원죄 없이 잉태되는 특은을 입으셨으니 두 분은 오직 한 가지, 하느님의 뜻 안에서 하나가 되실 수 있으셨을 거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그분들의 마음과 삶을 나와 무관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나의 마음은 아니지만 성모님의 마음은 그러니 성모님을 찾고 그분의 도움을 받는다.

 

예수님, 제가 성모님을 찾고 도움을 청하는 것은 주님이 그러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마음은 제가 닮아야 할 숙제라기보다는 제가 찾아 들어가야 할 제 삶의 마지막 집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성모님의 수많은 이름 중에 이 이름으로 어머니를 부를 수 있게 된 건 참으로 큰 행운입니다. 이보다 하느님을 닮은 이름은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입으로는 어머니를 찾고 마음은 주님께로 향합니다. 저는 예수님을 잘 모르니 그분의 마음을 잘 아시는 어머니가 저를 이끌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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