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6월 21일(연중 제12주일) 크고 긴 시험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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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연중 제12주일) 크고 긴 시험

 

시험은 반갑지 않다. 그런데 시험이 없으면 자신이 큰 흥미를 지닌 분야가 아닌 한 더 집중해서 밀도 있게 공부하기 쉽지 않다. 살면서 겪는 시련도 그와 비슷한 것 같다. 시련을 반길 사람은 없을 거다. 하지만 시련을 겪어낸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을 대하는 마음과 이해의 폭이 그전과 달라진다. 어떤 큰 시련을 계기로 그전과 전혀 다르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시련은 반갑지 않지만 분명히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준다.

 

요즘 우리 모두는 참 큰 시련을 겪고 있다. 우리 모두 크고 긴 시험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학창 시절 시험기간 동안 시험 이외의 다른 모든 것들을 중지하고 공부에만 열중했던 것처럼 우리도 잠시 멈추고 이 현실을 연구하며 어떻게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 우리 모두 궁리한다. 많이 힘들고 어렵지만 이 시간을 잘 견디고 이겨내면 우리는 아주 좋은 것을 얻게 되리라 믿는다. 다시 옛날로 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더 좋은 세상이 열리기를 바란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님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요즘은 그걸 온몸으로 실감한다. 개인과 집단의 고유성을 존중하면서 서로 도와야만 우리 모두 다 살 수 있다. 백신과 치료제는 한 국가가 독점할 수 없다. 단지 윤리적이고 인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다. 나라 문을 닫아걸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그것은 상품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 모든 나라가 협력해서 개발하고 생산해야 한다.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를 되살리고 보호하는 건 이제 상식이다. 놀이나 재미로 함부로 넘어 들어가지 말아야 할 우리와 자연의 경계를 다시 잘 보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상생해야 한다. 특히 우리 인간은 자연과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물들을 잘 다스려야 할 의무가 있다(창세 1,28). 우리가 하느님을 닮았으니 하느님처럼, 그리고 우리가 하느님께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 하느님이 만드신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함께 사는 세상, 평화로운 세상은 특정인들의 구호도, 그리스도교만의 가르침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 보편적인 바람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오랜 전부터 이걸 알고 있었다. 서로 사랑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잘 실천하지 못했거나 교회 안에서만 그 계명을 지키려고 했었던 것 같다. 예수님은 우리 밖에 있는 양들도 불러들이기를 원하신다. “나에게는 이 우리 안에 들지 않은 양들도 있다. 나는 그들도 데려와야 한다. 그들도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마침내 한 목자 아래 한 양 떼가 될 것이다(요한 10,16).” 인류의 구원자 예수님은 시련을 겪어 내시며 당신의 가르침이 참됨을, 그리고 부활하심으로 그것이 영원하며 우리 모두가 살 길임을 증언하셨다. 성인과 의인들도 시련을 겪었고 때론 부당하게 죽임을 당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그 뜻을 굽히지 않으며 우리에게 모범을 남겨 주었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시험지에는 이 전염병을 이겨내는 치료법이나 남북문제를 해결할 묘안만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적으라는 질문이 적혀 있다.

 

예수님, 주님은 인류의 구세주이시니 우리 모두가 사는 법을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당신의 온 삶으로 그걸 가르쳐주셨습니다. 하나도 새롭지 않고 독특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우리 모두가 다 아는 가르침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걸 실제로 그리고 더 크고 넓게 실천하려고 합니다. 말할 것도 없이 우선 저부터 서원한 대로 더 검소하게 살고, 마음 안에 있는 모든 미움과 불목을 몰아내서 입에서는 불평과 험담이 나오지 않도록 늘 깨어 있겠습니다. 사람만이 아니라 함께 사는 동물도 식물도 곤충도 나의 이웃임을 잊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 위에 오직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만을 바라는 지향을 새롭게 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려운 시험을 치르는 저희를 위로 해주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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