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1일 더 이상한 사람들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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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더 이상한 사람들

 

한 유명 국회의원이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 중 흉악범, 반인류 범죄자들을 6개월 이내 사형을 집행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공동체와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여성과 아동 등 범죄 취약계층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형제도 유지에 찬성하는 사람들 중 약 67%가 사형 집행을 찬성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듯 그 기사의 댓글에도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3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서 실질적인 사형 폐지 국가다. 법률에는 사형이 규정돼 있으나 실제로는 집행하지 않아 사형제가 사문화했다는 뜻이다. 나는 이게 자랑스러웠는데, 아마 그 국회의원은 그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줄 알면서 인기를 얻으려고 그랬을 것 같다. 사람 생명을 두고 그런 말을 하다니 이상한 사람이다.

 

엄격한 처벌이 사람과 사회를 교정시키지 못한다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을 텐데 저런 말들을 한다. 과거 잘못된 판결이 뒤집히는 일들을 심심치 않게 경험하면서 저런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사형수였다. 공동체를 분노하게 한 범죄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은 이미 거의 상식 수준이 아닌가? 내가 그런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면 나도 저랬을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화내려나? 그들의 끔찍한 범죄에 분노하고 마음 아파함을 넘어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건 하늘나라에서만 상상할 수 있는 바람인가 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이방인 지역에서 마귀 들린 두 사람을 고쳐주셨다가 그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으셨던 이야기를 전한다. 그 마귀들이 돼지 떼로 들어가게 해주셨다가 그런 일을 겪으셨다. 그것들이 그 많은 돼지들을 그렇게 물에 빠져 죽게 하고,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당신을 미워하고 배척할 줄은 예상하지 못하셨나 보다. 그 마을 사람들이 놀라고 속상해하는 건 이해한다. 그런데 그들 마음 안에 온전해진 그 두 사람이 있을 자리는 없었던 것 같다. 그것들은 그 두 사람만이 아니라 그 마을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나 보다. 폭력적이고 괴상한 행동만이 아니라 이웃의 아픔과 고통에 무관심하고 무감각한 것도 그것들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사랑하지 않은 걸 죄라고 고백하는 건 우리 영혼의 건강과 성장에 매우 유익하다. 사회법적으로는 죄가 아니지만 하늘나라 시민법에서는 죄가 된다. 예수님이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으니 말이다. 사형수들에게 연민을 지니면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하고 미움을 살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좋은 일만 하셨는데 사형수가 되셨다. 참 이상한 세상이다. 당신을 따르면 십자가의 길을 걷게 된다고 예고하셨고 실제로도 그랬는데도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도 적지 않다. 선하고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늘 고생을 많이 한다. 그런데도 그런 일이 좋단다. 더 이상한 일이다. 이런 게 주님 부활의 증거라고 하면 세상 사람들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비판하겠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기쁘게 받아들인다. 예수님이 살아계시지 않는다면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예수님, 반대, 비난, 배척받는 건 반갑지 않습니다. 그런데 선하고 의롭게 살고 주님을 따르려면 저 반갑지 않은 일들은 거의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대로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저희가 겪는 고난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로마 8,18).’ 그 어떤 것도 주님의 사랑에서 저희를 떼어놓을 없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진실하고 선하며 의롭게 살면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위로해 주시고 힘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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