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6일 견디게 하는 힘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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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6일 견디게 하는 힘

 

구약성경은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혼인 또는 부모 자녀 관계에 비유한다.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권리와 의무, 그리고 세상 그 어떤 것도 떼어낼 수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 그것들보다 더 좋은 관계는 없다.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 그런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그 이상이겠지만 세상에는 그것을 표현할 말이나 개념이 없다.

 

성경이 만들어지는 시기는 매우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의 시대여서 하느님은 대부분 남자, 아버지, 전사나 대장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하느님은 남편이고 이스라엘은 아내이다. “정녕 총각이 처녀와 혼인하듯 너를 지으신 분께서 너와 혼인하고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이사 62,5).” 오늘 독서의 호세아 예언서도 하느님이 이스라엘을 아내로 삼겠다고 한다. 남자나 남편을 맞이하는 여자의 마음은 모르지만 여자를 대하는 남자의 마음은 잘 안다. 하느님이 우리를 그리고 나를 그런 마음으로 대하신다니 쑥스럽고 민망하면서도 좋다.

 

예수님은 세상에 사시면서 하느님이 정말로 그러신다는 걸 몸소 보여주셨다. 남녀 사이 사랑, 부모 자식의 관계를 넘어 종처럼 사셨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다 들어주셨다. 마지막에는 목숨까지 내어주셨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느님의 사랑은 쑥스럽거나 민망해할 것이 아니라 거룩하고 지극히 고마워해야 할 은혜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 그 이상이다. 여기서는 그런 사랑을 경험하지 못하니 하느님은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신다고 믿을 뿐이다.

 

오늘 복음에서처럼 딸이 죽었으니 살려달라고 성당으로 사제를 찾아가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딸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모를 사람은 없을 거다. 딸이 없는 사제도 그 아픔은 조금 안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상실감, 대신 죽지 못한 죄책감 등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일 거다. 사제는 죽은 딸을 되살릴 능력은 없지만 극심한 고통 중에 있는 그 아버지 옆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는 있다. 딸을 살려달라는 청원을 들어주지 못한 하느님을 대신해서 미안한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은인도 되시지만 죄인도 되신다. 친구도, 남편도, 아내도, 아버지와 어머니도 되신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모든 것이 되어주신다(1코린 9,22). 그렇게 하느님은 우리의 사랑을 받기를 바라신다.

 

예수님, 주님은 하느님의 사랑을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 하느님을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주님을 믿는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이 밥 먹여 주지는 않지만 밥이 나올 때까지 배고픔을 견디게 해줍니다. 온 세상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저희는 서로 사랑하며 인내할 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힘든 시간 저희 모두 잘 견디게 위로하고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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