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10일 죄와 동행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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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죄와 동행

 

반복되는 지긋지긋하고 혐오스러운 자신의 이 죄를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답은 늘 같다. 죄의 유혹이 공격해 오면 좋고 선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주님께 기도하고 성모님께 도움을 구하는 거다. 사실 그건 질문이라기보다는 그의 수치심과 괴로움에서 터져 나오는 한탄이다. 그와 같은 처지인데 내가 무슨 처방을 내릴 수 있겠나.

 

죄를 짓는 과정은 거의 자동적이다. 예를 들어 험담이나 남의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결심하지만 의도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어느샌가 또 이웃의 흉을 보고 비난하고 있다. 험담은 왜 그리 재밌고 신나는지. 죄는 달콤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괴로움과 자괴감이다. 이 과정이 무한 반복될 것 같다.

 

백약이 무효하다. 벼룩도 낯짝이 있지 어떻게 수백수천 번 똑같은 죄를 주님께 용서해달라고 청하나. 이젠 민망해서 성모님께 도와달라는 청원도 못할 것 같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막 살 수는 없다. 두려운 하느님의 심판보다 먼저 나 자신이 그렇게 사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의로워서가 아니라 죄의 결과는 늘 수치심과 괴로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 또 같은 대답을 듣는다. 좋고 선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주님께 문을 열어드린다. 그리고 성모님과 나의 수호천사에게 도움을 구한다. 예수님은 형제가 잘못을 하면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하셨다(마태 18,22). 그러니 주님은 언제나 끝까지 용서하실 것이다. 특별한 속죄 행위와 합당한 벌을 다 받아서가 아니라 당신께 돌아오기만 하면 하느님은 화가 다 풀리고 마음을 고쳐주고 사랑해 주신다(호세 14,5). 아니 그전보다 더 잘 해주신다. 가장 좋은 옷을 가져다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발을 신겨 주시며 살진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신다(루카 15,22-23). 믿기 어렵고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시다.

 

예수님, 제 뼈 속 깊이 그리고 신경계에 담겨 있는 죄로 기울어지는 성향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제 의지가 아니라 그냥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결과는 온전히 제가 짊어져야 합니다. 하느님의 죽음 정도는 돼야 이것들이 저를 집어삼키지 못하나 봅니다. 하느님이 이런 저를 이토록 사랑하시니 주님의 말씀을 믿고 같은 것을 또 새롭게 결심하고 주님의 계명을 지킵니다. 주님의 계명은 죄를 안 짓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겁니다. 그리고 밉지만 이놈들이 제 머리 위에 올라 안 지 못하게 잘 데리고 사는 법도 배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교묘한 교만의 덫에 걸리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만을 신뢰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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