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7월 17일 치외 법권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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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 치외 법권

 

구운 달걀 18개를 훔쳤다고 그에게 징역 18개월이 선고될 뻔했다. 5천 원어치 물건을 훔친 것에 비해 누가 봐도 그 형량은 너무 무겁다. 그에게 동종 전과가 수차례 있었기 때문이란다. 코로나로 일감이 없어 며칠 굶어 배가 너무 고파 그랬다고 하니 아무리 법이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심판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여론이 만들어졌다.

 

법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지만 여기서 사는 동안에는 그럴 수 없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거니와 내 마음이 곧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법에만 의존해서 살 수는 없다. 법은 사람들이 만들고 바뀌고 없어진다. 예수님은 율법에 따라 처형되셨고, 우리 순교자들도 모두 범법자들이었다. 진리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것에 우리 모두 동의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련과 도전이 되기도 한다.

 

예수님 시대 율법 중 상당수가 안식일 규정이었다고 한다. 하느님 안에 쉬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규정이 필요했다니 아이러니다. 쉬는 걸 싫어하는 사람 없을 테고, 하느님 안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인생의 목적인데 말이다. 그 엄격한 안식일 규정에도 예외가 있었는데, 그것은 성전에서 일하는 사제들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쉬는 주말과 주일이 본당 사제들에게는 가장 바쁜 날과 같은 이치다. 주님의 기도는 인간이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이고, 율법도 인간이 하느님 안에 있기 위해 지켜야 할 법이다. 주님의 기도는 예수님의 기도가 아니고, 예수님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하느님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안식일 규정이 필요 없다.

 

법 없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지만 여기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모두가 한마음이면, 나보다 너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진리에만 복종하기를 바란다면 가능할지 모르겠다.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다. 안식일의 주인이란 그 규정들을 어겨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하느님 안에 있다는 뜻이다. 그분은 하느님의 모든 권한을 넘겨받았음을 아셨다(마태 11,27). 그래서 예수님을 삶의 절대적인 모범으로 삼고 그분을 진리라고 믿고 따른다면 모든 법에서 자유로울 것이다. 성전이 아니라 예수님의 마음이 치외법권 지역이다. 우리 모두는 세례로 사제직을 받았다. 그리고 예수님의 기쁨이 우리 삶의 목적이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세상 법에 쩔쩔매지 말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하느님의 마음 안에서 평화롭게 살자.

 

예수님, 율법 준수가 아니라 사랑해야 평화롭습니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주님 편에서 일하려는 이들을 위로하고 힘이 되어주십시오. 주님은 감실만이 아니라 교우들의 마음 안에도 계시고, 교우들만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일하는 모든 이들 안에도 살아 일하십니다. 주님을 믿는다고 모든 일이 술술 잘되지 않음을 잘 압니다. 오히려 도전, 반대, 비난은 제가 주님 마음 안에 있다는 좋은 표지가 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주님의 길을 보여주시고 잘 따라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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