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8월 15일(성모승천 대축일) 엄마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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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성모승천 대축일) 엄마

 

모두가 참 살기 어려운 시기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졌고, 조심하며 활동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감염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마치 우리를 몰래 지켜보다가 경계가 느슨한 곳이 생기면 그 즉시 그곳으로 쳐들어오는 적군 같다. 거기에 비는 왜 이렇게 많이 오는지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다.

 

부활절에는 다 함께 모여 감격스럽게 부활 전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교만이었다. 바이러스에 대한 무지에서 생긴 헛된 믿음이었다. 이런 와중에 성모승천 대축일을 맞았다. 헛된 부활의 믿음이 깨졌으니 이번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대축일 전례를 준비하며 성모님의 삶을 묵상한다. 성모님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최고 모범이시고 때로는 예수님보다 더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분이다. 그리고 예수님이 지상 사명을 마무리하시면서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주신 선물이다. 성모님은 하느님께서 선택하시고 그 아드님께서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될 자격을 인정하신 분이다. 그러니 우리는 모든 어려움과 걱정거리 그리고 간절한 바람을 성모님께 말씀드린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하느님 같은 존재다.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 집으로 들어가 한 인사말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였다. 은총을 가득히 받았으니 무슨 좋고 신나는 일이 생겼어야 할 것 같은데 그 정반대였다. 혼전임신으로 돌아 맞아 죽을 수 있었고, 한밤중에 이집트로 이민을 갔어야 했다. 아들을 잃어버려 속이 다 타들어 갔고, 장성한 아들을 두고 주위에서 들리는 흉흉한 소문에 내내 마음고생을 했으며, 마지막에는 십자가에 달려 큰 죄인으로 생을 마감하는 아들을 지켜봐야 했다. 게다가 그 아들이 어떤 존재인 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데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으셨다. 가득히 받은 은총의 결과가 그런 것인 줄 미리 아셨더라면 어쩌면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대답하지 못하셨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성모님은 믿으셨을 것이다. 십자가에 달려 숨을 거둔 그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고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고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루카 1,32-33).

 

믿으면 모든 게 환해질 것 같지만 그건 유치한 바람이다. 믿음의 모범이신 성모님이 하느님의 계획 중 알아들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성전에서 잃어버린 어린 아들을 찾아다닐 때부터 시작해서 십자가에 달려 숨을 거둔 아들을 지켜보던 때에 이르러 성모님의 마음은 다 타서 없어졌을 것이다. 그분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으셨다. 그리고 남은 것은 단 한 가지, 이 모든 일을 주관하신 분이 전능하신 하느님이시라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은 체념이나 포기가 아니라 완전하고 무한한 신뢰다. 이렇게 순수하고 완전한 믿음을 지니셨으니 예수님을 따라 제일 먼저 하늘에 오르시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그리고 이런 분이어야 우리 모두의 엄마가 되실 수 있다.

 

예수님, 주님의 어머니를 저희 어머니가 되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엄마만큼 아버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잘 알게 해주는 존재는 없습니다. 엄마는 모든 걸 다 마련해 주고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줍다. 주님께도 그러셨을 겁니다. 그러니 주님도 그분을 믿고 저희를 맡기셨겠지요. 저희가 성모님을 찾는 건 하느님께 대한 신뢰이고 주님께 대한 지극한 고마움의 표현입니다. 저희는 성모님의 손을 잡고 예수님을 통해 하늘나라로 들어갑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성모님처럼 많은 이름을 지닌 분은 없습니다. 그 많은 이름 중에 이 이름으로 어머니를 부를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알려주지 않을 수 없는 은혜로운 의무입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어머니를 부르는 모든 이들이 손을 꼭 잡고 하느님의 뜻을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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