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11일 축성의 힘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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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축성의 힘

 

바오로 사도의 복음을 전하는 열정은 대단했다. 복음을 전하는 일이 자신에게는 의무이고 직무라서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참으로 불행할 것이라고 고백했다(1코린 9,16). 복음을 전해서 다만 몇 명이라도 구원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모든 사람의 종이 되고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었다.

 

그런데 바오로 성인은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과는 달리 예수님께 직접 배운 적이 없고 그분을 뵌 적도 없다. 게다가 그는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는 일에 앞장섰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열정적이고 확신에 차서 복음을 전할 수 있었을까? 그 결정적인 계기는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있었던 주님과의 만남이었을 것이다(사도 9,1-20). 주님은 “사울아, 사울아” 하시며 그의 이름을 부르셨고, 세례를 받게 하셨고, 그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주셨다(사도 9,15-16; 22,21; 26,17). 의심할 정도로 성인을 전격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그의 의지가 아니라 주님의 부르심과 축성 그리고 파견이었다. 주님은 그전부터 이미 그를 잘 알고 계셨다.

 

이곳 요양원에서 일하시는 수녀님들은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 스스로 자가격리 중이다. 필수적인 외출을 제외하고는 모두 요양원에 머무른다. 자신이 발한 서원(Profession)에 합당한 행동이고 프로다운 모습이다. 가장 취약한 어르신들을 보호해야 하는 사명에 충실한 모습이다. 2.5 단계 방역조치를 지키려고 2주 정도 외출을 삼가는 것도 이렇게 힘든 데 벌써 7개월째다. 이런 와중에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고, 방역조치를 종교탄압으로 규정하는 그들과는 정말 대조적이다. 존경스럽다. 그리고 아름답다.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주님이 그들을 부르셨고 축성하셔서 이 사명을 주셨기 때문이다. 축성의 힘이다.

 

그 축성(Consecration)은 세례성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바오로 사도를 그렇게 변화시킨 것도 세례의 힘이었다고 믿는다. 세례를 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그런 힘을 지니고 있다. 육체는 힘을 쓸수록 약해지지만 세례의 은총은 쓸수록 강해진다. 봉사와 친절이 처음이 어색하고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수월하고, 더 봉사하지 못했을 때 이상한 죄책감이 들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그렇다고 그 사명이 늘 즐겁지는 않다. 수녀님들이라고 왜 힘들지 않겠는가? 어려운 고비마다 주님께서 당신의 부르심을 확인시켜 주시고 사랑을 보여주시며 새롭게 축성해 주시니 견딜 수 있고 한결같을 수 있는 거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모두 이런 힘을 지녔음을 깨닫고 그 사랑의 힘을 발휘하게 되기를 바란다.

 

예수님, 주님은 주님처럼 서로 사랑하라고 제자들을 부르셨습니다. 저희들에게 선교 사명을 주신 것도 저희의 도움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천사처럼 말하고,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이 있고, 제 몸까지 내어주어도 사랑이 없으면 그런 건 다 자기자랑이고 자기만족이니 차라리 안 하는 게 제겐 더 좋습니다(1코린 13,1-3). 저의 구원은 자유이고 그 자유는 사랑입니다. 저를 이웃에게 주는 자유고 사랑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스라엘이 홍해를 마른 발로 건너갔듯이 저의 이기심과 자애심을 둘로 갈라 그 사이로 주님의 길을 내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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