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9월 21일(성 마태오 사도 복음사가 축일) 사랑의 상처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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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1일(성 마태오 사도 복음사가 축일) 사랑의 상처

 

하얀코는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퉁퉁 부었고, 까만코는 오른쪽 앞다리가 두 배나 굵어졌고 피도 조금씩 나고 있었다. 아침 줄 때는 멀쩡했는데 그 후에 숲속에서 놀다가 아마 땅벌에 쏘였나 보다. 먹보 하얀코는 밥은 안 먹고 물만 마셨다. 모험심이 많은 까만코는 절뚝거리며 아픈지 야옹야옹 거리기만 했다. 살짝 웃겼지만 참 안타깝고 불쌍했다. 어미가 있었으면 벌집 근처에 못 가게 했거나 상처를 핥아주었을 텐데.

 

연고를 발라주니 피는 멎었다. 저녁이 되니 붓기는 좀 가라앉았다. 반려동물이 아닌 데도 속상하고 마음 아팠다. 그러니 아픈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 병이나 사고로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런 얘기는 하는 게 아니라고 꾸짖듯 말했던 한 교우의 말이 생각난다. 그건 입에 올리지도 못할 정도로 아프고 두려운 이야기다. 당신의 외아들이 억울하게 죄인으로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실 수밖에 없었던 하느님은 도대체 이 세상을 얼마나 사랑하시는 걸까. 그런 부모의 마음도 모르는데 하느님의 사랑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또 한 번 숨이 막힌다.

 

그렇게 크고 깊은 하느님의 사랑이 온 세상에 가득 차 있다. 그런 분이 품지 못할 죄인이 없고 용서하지 못할 죄가 없다. 지독히도 말을 안 듣는 이 인간들을 하느님은 왜 그렇게 사랑하시는 걸까. 그건 그분이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으면 하느님이 아니다. 그 사랑은 무한해서 끝을 알 수 없고 너무 깊어서 그 속에 빠뜨린 죄는 아무도 꺼낼 수 없다. 아버지의 이 사랑을 아신 예수님은 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밥을 먹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셨다.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사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태 9,12-13).”

 

복음서는 예수님이 사회의 공적인 죄인인 세리 마태오를 제자로 부르시고 사도로 파견하셨으며, 그것 때문에 도전과 비난을 받으셨다고 전한다.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초대교회의 유대인들에게 이 사실은 분명 큰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니 사실 그대로 적었다. 자신과 생각이 조금 달라도 그가 마치 죽을죄라도 지은 것처럼 비난하고 단죄하는 요즘 세상과 참 다르다. 내가 싫어하는 그도, 나에게 상처를 입힌 저 사람도 하느님은 사랑하신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하느님은 그들을 죽도록 사랑하신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나도 그런 부당한 사랑을 받는 죄인이다. 그도 똑같이 사랑하시는 게 싫어도 어쩔 수 없다. 나에겐 그가, 그에겐 내가 죄인이지만 하느님께는 오른쪽과 왼쪽을 가릴 줄도 모르고(요한 4,11) 벌어 쏘여 잘 먹지도 못하고 잘 걷지도 못하는 아기들이다.

 

예수님, 상처 입은 이 세상을 보고 주님은 가만히 계실 수 없습니다. 주님은 매일 매번 상처 받으면서도 이 세상을 계속 끌어안으십니다. 그때 가시관과 채찍질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것처럼 오늘도 저희들이 품는 미움과 쏟아내는 비난 그리고 폭력으로 상처받으십니다. 이걸 몰랐다면 모를까 알아버린 저는 그러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제가 다치고 주님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주시어 하느님의 사랑을 잊지 않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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