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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9월 23일(성 비오 사제 기념일) 하느님과 가까운 사람(+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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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성 비오 사제 기념일) 하느님과 가까운 사람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녔던 건 살아갈 힘과 희망이 되는 좋은 말씀을 듣고 병도 고치기 위해서였다. 예수님은 열두 제자들에게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시어 보내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주게 하셨다(루카 9,1-2).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일을 많이 해주셨다. 그러니 그분과 그분이 보내신 이들이 자기 마을에 온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쁜 소식이었다. 이제 뭔가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좋은 강의는 책이나 인터넷에서 듣는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유명한 의사를 찾는다. 사제들의 강론에 대한 불평이 놀랄 일이 아닌 지 오래됐다. 사제가 안수하고 기도해서 병이 낫지 않았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그러면 오늘날 사람들은 왜 성당에 가나?

 

기도하러 간다. 고요하고 거룩한 분위기 안에서 쉬러 잠시 들른다. 그런 그들에게 하느님은 말씀하신다. 조용히 홀로 기도하며 머무르는 이의 마음에 대고 하느님은 당신의 사랑을 속삭이듯 전하신다. 걱정하지 말라고 다 잘 될 거라고 내가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신다. 물론 잘 알아들을 수 없고 아무것도 변한 게 없지만 성당 문을 나가는 이의 발걸음은 더 안정되고 마음은 평화롭다.

 

이제는 책도 유명한 강의도 내 마음을 전혀 움직이지 못한다. 누군가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에게 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한국말로 해주었으면 좋겠다. 말주변이 없거나 말투가 거칠어도 상관없다. 하느님 말씀은 날것 그대로일수록 좋다. 말을 너무 잘하면 그 말재주가 하느님 말씀을 가릴 거다. 그러려면 그 사람은 하느님과 아주 가깝고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예수님, 바로 저 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아픔을 가능한 한 가깝게 그리고 많이 담아 주님께 기도합니다. 그리고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전합니다. 주님 말씀은 언제나 꿀처럼 달지만은 않습니다. 때론 쌍 칼날처럼 날카롭고 가시처럼 아프고 약처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말씀은 말하는 이나 듣는 이를 언제나 평화롭게 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아드님과 더욱 가까워지게 인도해주시고, 그분의 말씀을 잘 알아듣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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