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6일 순종과 충실(+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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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순종과 충실

 

바오로 사도는 주님의 교회를 박해했고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했다. 그랬던 사람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 180도 변해서 주님의 사도가 되었다. 그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주님이 자신을 뽑으셨고 그분을 자신 안에 계시해 주셨다고 확신했다. 다른 사람과 상의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확신했다(갈라 1,15-17). 예수님을 뵌 적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식별은 어렵다. 아마 가장 어려운 일일 거다. 상담, 기도, 숙고해도 하느님의 뜻을 잘 모르겠다. 하느님께서 당신 마음을 꽁꽁 숨겨놓으신 걸까? 사랑은 감출 수 없다는데 왜 그럴까? 모든 것에는 도(道)가 있다. 빗자루질과 칼질도 그렇다. 그걸 따라야 청소가 잘 되고 손을 안 다치고 힘도 덜 든다. 그것은 우연히 발견되지 않는다. 많은 훈련과 시행착오 끝에 자신 안에서 발견된다. 체득한다고도 말한다. 하느님의 뜻도 그렇게 식별되는 것 같다.

 

그런데 30년쯤 수련하고 시행착오를 겪었으면 알만도 한데 아직도 초보자처럼 헤맨다. 얼마나 더 살아야 고민하거나 숙고하지 않고 그냥 알게 될까? 바오로 사도는 일행 중에 자기만 들은 목소리를 주님의 말씀이라고 확신했다(사도 9,7). 그것은 사도가 특별한 은총을 받아서가 아니라 열심히 하느님의 일을 했기 때문일 거다. 유다교를 신봉하고 율법과 조상들의 전통을 지키는 일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갈라 1,14). 주님의 목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그에겐 그게 유일한 하느님의 뜻이었다. 그러니 새로운 길인 주님의 교회를 없애야 했다. 그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하느님을 사랑했었나보다. 그러니까 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회심한 후 그가 겪은 의심과 비난 그리고 박해와 죽음도 그에겐 기쁨이었을 거다.

 

하느님의 뜻을 잘 식별하지 못하는 것은 그게 풀기 어려운 문제거나 꽁꽁 숨겨져 있기 때문이 아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고 하느님의 뜻보다는 나의 꿈을 이루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꿈은 맑은 데 하느님의 뜻은 온통 짙은 안갯 속이다. ‘열심히’란 말보다는 ‘충실히’란 말이 더 거룩하게 들린다. 예수님은 동생 마리아를 고발하는 마르타에게 그의 이름을 두 번씩이나 연거푸 부르신 후에야 말씀하셨다(루카 10,41). 마르타는 너무 열심히 일하느라 주님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나 보다. 자신이 맞이한 손님이 누구고 그분이 무엇을 바라시는지 몰랐다. 그런데 마리아는 그걸 알아서 그분 발치에 편히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들었다. 그게 그분을 제일 잘 대접하는 거였다.

 

주님, 독립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야 하고, 의존적이고 복종하는 건 미성숙하고 비굴한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도 이끌어가려고 하나 봅니다. 주님의 길에서는 자기 주도적으로 열심히 가지 않고 주님의 말씀에 복종하여 충실하게 가야 함을 다시 마음에 새깁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순종하는 법을 가르쳐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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