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8일 엄마 (+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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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 엄마

 

다른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점박이 어린 고양이가 차 소리에 놀라서 뛰어가는 모습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몇 달 전이었으면 덤불 속 새들 날아오르는 걸 보는 것처럼 가던 대로 갔을 거다. 부모들이 처음 보는 다른 집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와 그 마음을 그때 조금 배웠다. 그 아이들도 자식 같은 거다.

 

낙태죄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라고 자랑스러워했는데...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위헌판결을 내렸다. 이를 두고 일부 여성 단체는 환영한다고 했다. 또 그들은 이번 개정안이 미흡하다고 불만 메시지를 냈다.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 여자들의 모습에 눈물이 고였다. 엄마들이 저러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거다.

 

교회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생명, 사람이라고 가르친다. 나는 믿는다. 이번 개정안에는 임신 14주 차가 시술 시한으로 되어있다.  전까지는 그냥 세포 덩어리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그때면 태동이 있고 태아의 지문도 생긴다고 한다. 수정체가 어느 시점에서 고양이나 강아지가 될 확률은 0%다. 그리고 우리 모두 태아였고 수정체였다. 자의든 타의든 유산 경험 때문에 평생 말 못 할 죄책감의 짐을 지고 사는 엄마들이 정말 많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거나 선천적 질병으로 아파하는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도 미안해하고 아이를 지극히 사랑스러워하는 엄마들에게서 나는 하느님의 얼굴을 본다. 그러니 그들이 저렇게 아우성칠 일이 아니다.

 

수정체는 사람이고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알고 믿으면서도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건 폭력적으로 임신한 이들과 그 가족의 고통과 상처를 보듬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혼모를 돌보는 수녀님들과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교우들이 있지만 원치 않는 임신부 전체에 비하면 너무 작다. 그들에게는 이런 말 하기 정말 미안하지만 태아는 사람이다. 생명은 하느님의 것이라서 우리가 함부로 헤치면 안 된다. 우리는 생명의 관리자이다. 내 생명도 마찬가지다. 원치 않았지만 축복은 아니라도 저주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 아이에게는 죄가 없다.

 

예수님, 매일 세상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님이 십자가형을 받을 수밖에 없으셨음을 알게 됩니다. 하느님의 죽음이 아니면 인간의 폭력성을 사그라뜨릴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기도합니다. 그 엄마들과 수억 원짜리 가방을 사려고 예약을 걸어놓은 이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을 것 같아도 저는 기도합니다. 주님 편에 서서 기도합니다. 그들과 가장 작은 이들, 아프다고 소리도 내지 못하는 아주 작은 이들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아니 그들에게는 전구를 청합니다. 제 믿음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주님 편에서 기도하게 해달라고.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엄마로 사는 건 힘들지만 그 힘든 것보다 엄마로서 받는 축복과 은총이 더 크다는 걸 세상이 깨닫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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