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0월 12일 괜찮은 낙엽 인생(+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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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 괜찮은 낙엽 인생

 

‘주님, 말씀하십시오. 쓸모없는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9).’ 매일 이 시간 드리는 기도다. 하느님이 처음으로 사무엘 예언자를 부르셨을 때 그가 했던 대답이다. 나도 감히 그 위대한 예언자를 따라서 그렇게 기도한다. 나의 주님은 십자가 위에 계신다. 사무엘은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들었지만 나는 그분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다.

 

많은 사람들이 부탁한 기도를 전해드려야 하고 나의 청원도 말씀드려야겠지만 그것들보다 모든 것에 앞서 주님의 말씀을 듣는다. 어떤 특별하고 신비로운 말씀을 듣는 게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들을 준비를 한다. 그분은 인간의 언어가 아니라 고요 중에 침묵으로 말씀하시니 내 안을 비우고 마음을 드높여 주님을 향해 나 전체를 열어 놓고 기다린다.

 

하늘 아래 새로울 게 없다. 하느님은 세상 창조 때부터 이미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그 말씀을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해주셨다. 세상이 당신을 죄인으로 몰아 십자가에 매달아 사형시켰어도 주님은 마음을 바꾸지 않으셨다. 그들과 타협하지 않으셨다. 진리는 변하면 안 되니까. 그분은 돌아가시고 묻히셨지만 부활하셨다. 진리는 영원하니까.

 

나무들이 잎을 떨군다. 겨울을 준비한다. 매년 이맘때면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된다는 걸 되새긴다. 나의 생은 저 수많은 낙엽 중 하나 같다. 성공해야 하고 삶이 찬란해야 한다는 헛된 가르침에 속아 마음고생만 했고 몸도 축났다. 어렸을 때 누군가 내 안에 몰래 심은 가라지가(마태 13,28) 자라 거의 매일 매번 나를 걸려 넘어뜨린다. 아파서 괴로우면서도 또 당한다. 내 처지가 이러니 내가 어떻게 저 늠름한 소나무이겠나. 굴러가는 낙엽 중 하나다. 그런데도 사는 건 모두 주님의 용서와 사랑 덕분이다. 주님의 은총으로 산다. 살게 하는 분도 주님이시고 죽이는 분도 주님이시다. 그러니 주님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주님, 말씀하소서, 제가 듣습니다. 종의 마음으로 듣습니다. 주님 마음에 드실지 잘 모르지만 저는 주님의 종이고 싶습니다. 그 자리가 가장 편하고 안전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제 몸과 마음에 새겨진 쓰레기 같은 법들에 시달려도 언제나 처음과 끝에는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시끄러운 중에도 작고 여린 주님의 말씀을 성모님처럼 듣고 따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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