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13일 단 1초라도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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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단 1초라도

 

요즘 며칠 부모나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소식을 들었다. 사실 보도인데도 믿기 어렵다. 참 마음 아프다. 그들은 저항도 할 수 없는 가장 약한 이들이다. 사람은 왜 이리 모질까? 그런데 내 안에도 그런 폭력성과 잔인성이 있다. 어렸을 때 꽃에 앉아 꿀을 찾는 벌을 신발로 잡아 기절시키거나, 개미 다리를 하나하나 뜯어내며 그들이 어떻게 되나 지켜보았던 기억이 있다.

 

아직 남에 대한 인식을 잘 못하던 어린 시절이었다고 변명을 해보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어린 자신에게도 충격이고 상처였던 것 같다. 아동학대, 택배기사들의 살인적인 노동시간, 경비원들에 대한 주민들의 갑질 등은 어린 시절 그 장면과 같은 느낌을 준다. 모질고 잔인하다.

 

단 1초라도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그럴 수 없었을 거다. 그런 경험이 없어 모르겠다면 상상해볼 수 있다. 사랑은 그런 거다. 그가 되어보는 거다. 영문도 모르고 장기가 손상될 정도로 매 맞고, 심장이 멎을 때까지 일하고, 자식뻘 되는 사람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하는 자신을 단 1초라도 상상했다면 그런 가슴 아픈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우리는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며 평화를 추구한다(1베드 3,11). 내가 폭행당하기 싫고, 억울한 일을 당하기 싫기 때문이다. 평화를 찾고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이유는 내가 그 안에서 살기 때문이다. 말하기 전에, 행동하기 전에, 판단하기 전에 역지사지 해보자. 나도 매번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고치지 못한다. 그러니 이웃을 함부로 단죄하지 말자. 말이든 행동이든 저런 폭력을 당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거친 말뿐 아니라 그런 마음도 생기지 않게 주의하자. 남에게 해주는 대로 잠시 후 되돌려 받게 된다는 걸 잊지 말자.

 

예수님, 주님이 하늘에서 밧줄을 내려 저희를 구원하셨다면 주님께 고마워하지, 주님을 사랑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주님은 저희처럼 되셨습니다. 저희의 고통을 다 아십니다. 죄의 상처와 그 무게도 다 아십니다. 그러니 주님 앞에 감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주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어머니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잘 알려주셨습니다. 단죄는 하느님께 등을 돌린 이들의 몫이고, 구원은 끝까지 마음을 바꾸려고 했던 이들에게 주어지는 좋은 선물입니다. 그 선물을 받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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