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1월 24일 믿음과 희망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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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믿음과 희망

 

종말은 사이비 종교가 즐겨 이용하는 교리 주제다. 그것은 두려움과 위협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교우들 중에도 종말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리를 잘 모르거나 믿음이 약한 탓이다. 우리에게 종말은 희망이다.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님이 인류 역사의 마지막에 계신다. 그분은 승리하실 것이다. 아니 승리하신다. 아니 이미 승리하셨다. 단지 아직 그 시간이 도래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믿음으로 안다. 그러니까 그분을 믿고 따르는 우리는 종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터널 안은 어둡고 그곳을 지날 때는 답답하지만 그래봐야 계속 앞으로 가면 그 끝을 만나게 되어 있다. 결국은 밝은 세상으로 다시 나온다. 전염병으로 온 세상이 고생하지만 이 또한 인류는 머지않아 극복할 것이다. 자연환경 파괴와 훼손이 걱정스럽지만 자연보호는 이미 상식이 되었다. 자연과 우리 생활공간 사이 경계선이 어딘지 알게 될 것이고 그들과 함께 사는 방식도 배우게 될 것이다. 소득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게 우려스럽지만 우리는 더 좋고 합당한 복지제도를 찾아낼 것이다. 이미 보편 지성은 그걸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많이 다치게 됨을 역사를 통해 알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렇게 쉽게 멸망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언젠가 죽는다. 사고나 질병이 아니어도 나의 수정체가 만들어지는 순간 이미 내 날수는 정해졌다. 오래전에 한 시편 작가는 이렇게 노래했다. “저희의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저희가 슬기로운 마음을 얻으리이다(시편 90,12).” 도인들은 자기 날수를 안다고 하던데 나는 모른다. 그날을 떠올리면 일시적으로 불안과 두려움이 엄습하지만 그걸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면 그 즉시 편안해진다. 오히려 이상하게도 활기를 얻는다. 거기에 더해 내가 만나게 될 분이 나를 그토록 사랑하시는 예수님이고 그날도 성모님이 나를 인도해 주심을 믿으니 두렵거나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 그 믿음을 고백하는 순간 나는 그 강을 건넌다. 종말이 언제인지는 내 알 바 아니고 알 수도 없다. 나의 마지막 날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는 건 오늘 내게 이러저러한 일들이 맡겨졌고, 내가 해야 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는 거다.

 

주님, 오늘도 살게 하셨으니 고맙습니다. 끝이 있는 게 터널인 줄 알면서도 제가 원하는 때에 그 끝이 안 보이면 불안하고 답답해집니다. 세상은 끝이 안 보인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저희들은 믿음을 새롭게 하고 이웃들을 위로하고 다독입니다. 저희에게 그런 능력을 이미 주셨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불안해지고 의심이 생길 때마다 저를 더 깊은 믿음의 세상으로 이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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