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1일 더 순수해지기(+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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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더 순수해지기

 

12월은 성탄절이 있는 달이다. 성탄절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 적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장롱 속에 감춰둔 과자 종합선물세트를 발견하고 산타할아버지가 부모님이었다는 알게 된 이후 그런 것 같다. 그래도 겨울밤 이불 속에서 서툰 솜씨로 성탄 카드를 만들던 따뜻한 기억은 아직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통신매체의 발달로 정보를 얻는 게 참 쉬워져서 좋지만 너무나 많아 홍수처럼 쏟아지니 이 또한 공해다. 그 속에서 참된 것을 가려내는 게 스트레스다. 명백한 거짓 정보도 있지만 대부분 해석과 관점 차이가 만든 서로 다른 정보들이다. 참된 것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비교분석이 아니라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게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고 응원하는 이들이 이기기를 바라는지.

 

어제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거룩한 책임감을 느꼈는데, 오늘 예수님은 철부지들이 참된 것을 발견하는 게 하느님의 뜻이었다고 말씀하신다(루카 10,21). 그러고 보니 그 의미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예수님은 하늘나라는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하셨다. 퇴행적인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고, 좋은 부모, 성숙한 어른이 되고자 하는데 어린이처럼 되어야 한다고 하신다. 이 양극단이 조화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순진과 순수는 같지 않다고 누군가 그랬다. 순진은 세상 물정 모르는 미성숙한 아이 같은 거라면 순수는 사심이나 욕심이 없는 처음 그대로의 그것이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은 정의와 평화라고 믿는다. 이사야 예언자가 표현했던 대로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송아지와 새끼 사자가 친구가 되고 젖먹이가 독사 굴에서 장난치는 세상을 바란다(이사 11,6-8). 이런 마음은 순진한 생각일까, 순수한 바람일까? 하느님은 순진하실까 순수하실까? 예수님의 증언대로라면 하느님은 진리의 영이시다, 순수한 영이시다(요한 14,17). 그분이 아니라 내 마음이 순수하지 못하다. 사슴이 끄는 눈썰매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산타할아버지는 없다. 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실 정도로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이 계신다.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마음과 이불을 뒤집어쓰고 성탄 카드를 만들던 마음으로 하느님의 거룩한 뜻을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이루어지리라 또 믿는다.

 

예수님, 요즘 눈으로 보면 주님은 순수한 청년이었습니다. 순진무구한 어린이도 세상사 달관한 노인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실망스러운 지금이나 그때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망스러운 세상 핑계를 대고 마음이 물러지거나, 융통성과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타협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것 같아 보이지만 엄마를 하느님처럼 따르던 그 마음으로 주님을 생각하면 어려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더 순수해지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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