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17일 구원의 시간표(+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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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구원의 시간표

 

대림기간 중 두 번째 시기 첫날인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족보다. 낯익은 이름도 있지만 대부분은 읽기도 어려운 낯선 이름들이다.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이 탄생하시기까지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다윗부터 바빌론 유배까지, 바빌론 유배부터 그리스도까지가 모두 십사 대라고 증언한다(마태 1,17). 14는 완전한 숫자 7이 둘인 숫자다. 율법에 따르면 두 사람이 같은 증언을 해야 유효하다고 했으니(요한 8,17) 14는 아마 때가 다 되어서 또는 인간 역사의 절정에 이르러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졌음을 상징하는 것 같다.

 

약 2천 년 전 그 시기가 왜 시간이 다 된 때인지는 하느님만 아신다. 그건 예수님도 모른다고 하셨으니(마태 24,36) 그걸 궁금해하는 건 쓸데없는 호기심이다. 그저 하느님이 당신 뜻을 이루실 거라고 믿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때가 내후년이든 또 다른 2천 년 후든 내 알 바 아니다.

 

위성에서 내려다본 지구 사진에 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우주의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그중 가장 짧은 인류의 역사 안에서도 내 인생이 차지하는 부분을 점 하나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그렇기는 해도 나도 인류와 우주의 역사에서 분명히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나의 인생이 직선이든 삐뚤빼뚤이든 하느님의 시간은 언제나 직선이다.

 

어렸을 때는 시간이 그렇게 더디 가더니 지금은 너무 빨라 무서울 정도다. 하느님이 써 내려가시는 인류구원의 역사 안에서 내 인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 예수님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자신이 구세주의 조상이 될 줄 몰랐을 거다. 그리고 예수님의 조상들이라고 모두 훌륭한 사람은 아니었다. 성인이 되려는 거룩한 욕망과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은 같지 않다. 하느님은 당신 시간표에 따라 위대한 성인과 위인들을 만드시는 것 같다. 그게 나일 수 있고 아닐 수 있다. 그건 하느님만 아신다.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나는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한다. 그것이 하느님의 시간표에 맞추는 거다.

 

예수님, 어려서 위인전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아니면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제 안에는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요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가 들을 수 있으니 그걸 안 따를 수 있습니다. 그 소리는 일할 때 켜놓은 라디오소리정도로 여기고 지금 여기에서 제게 주어진 일에만 집중합니다. 주님께서 그렇게 제 구원의 역사를 쓰신다고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구세주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까지 다 지켜보셨던 그 눈과 마음으로 저를 지켜주시고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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