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21일 기쁨(+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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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1일 기쁨

 

성탄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아기 예수님을 가장 많이 말하지만 선물, 파티 같은 말도 그에 못지않다. 아기 예수님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그냥 주시는 선물이니까 그런 말들은 성탄절의 정서를 잘 드러낸다. 그렇다, 성탄의 정서는 기쁨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말을 하는 게 정말 어렵다. 생계까지 위협받는 이웃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구유 예절이나 성탄절 밤 미사 등은 입에 올릴 수도 없다. 시장에서 선물 코너는 한산하고 생필품 코너는 붐빈다는 소식이 지금 우리의 마음과 현실을 잘 대변해주는 것 같다.

 

오늘 복음은 마리아님이 가브리엘 천사와 만난 뒤에 엘리사벳을 찾아가 만나는 내용이다. 엘리사벳은 주님의 어머니가 방문해줬다고 태안의 아기와 함께 기뻐했다. 그는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어서 행복하다고(루카 1,45) 마리아님을 칭송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기뻐할 일은 아니다. 엘리사벳의 임신은 합법적인 부부관계 안에서 이루어졌고 게다가 불가능한 일이 현실이 됐으니 기쁘고 축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마리아님의 경우는 축하받기보다는 앞으로 일을 함께 걱정해주는 게 옳은 것 같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걱정은커녕 기뻐하기만 한다. 가브리엘 천사와 대화하실 때 마리아님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친척 엘리사벳도 그런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하느님이 놀라운 선물을 주셨음을 기뻐하고 그걸 믿었으니 행복하겠다고 축하할 뿐이다.

 

성모님은 복음을 들은 첫 사람이고 또 복음을 전한 첫 사도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복음을 들어 기뻐하는 사람이고 우리 모두는 복음을 전하는 사도이고 선교사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성모님의 처지는 지금 우리 처지보다 훨씬 더 불안했다. 우리 순교성인들을 이야기를 들어보면 옥중에서도 교리를 묻고 가르쳤다. 박해하는 이들과 맞서 싸우지 않았고 오히려 평화롭게 죽음을 맞으면서 박해하는 이들이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신앙은 현실을 외면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초월하게 한다. 우리는 하느님과 직접 소통하게 된 것이다.

 

먹고 마시며 하하 호호 웃는 게 성탄의 기쁨이 아니다. 하느님이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선물로 그냥 주셨고, 그분을 믿는 이는 누구나 죄를 용서받는다는 하느님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환희이다. 그 기쁨은 지극히 내적이고 영적이다. 그 기쁨은 내 속 가장 깊은 곳의 것이라서 마음을 넘어 온몸까지 뜨겁게 해준다.

 

예수님, 온 세상 교우들이 이번 성탄절은 아주 조용히 지내게 됐습니다. 조용한 성탄절이라고 우울해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입니다. 세상이 조용하니 저절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될 것 같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먼저 이 기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그들에게 이 기쁨을 전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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