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23일 긴 피정(+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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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긴 피정

 

천 명을 오르내리는 신규 확진자 숫자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환자들을 돌보고 감염 검사하느라 수고하는 많은 의료진들 그리고 강화된 거리두기로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마스크 쓰는 것 말고는 도울 일이 없어 미안하다. 상황이 이런 걸 모르는 걸까, 정치인들은 수준 이하의 언행으로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마음을 모아도 어려울 때에 국민들을 오히려 분열시키는 것 같다. 정말 강한 누군가 와서 이 혼란한 상황을 정리하고 모든 것을 바로 잡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아마 예수님 시대 사람들도 이런 바람을 갖고 있었을 것 같다. 기다리던 메시아 그리스도는 이런 바람을 채워줄 영웅이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아주 특별하고 강력해 보이는 세례자 요한이 바로 메시아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은 그리스도가 아니었다. 그는 주님이 오실 길을 닦는 사람이었다. 골짜기는 메우고 산과 언덕은 낮추고 굽은 데는 곧아지며 거친 길을 평탄하게 했다(루카 1,5). 그래서 그리스도 주님이 사람들 마음 안으로 곧장 들어가시게 했다. 어린 자식이 부모의 말을 듣고 그 즉시 따르는 것처럼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따르는 마음을 만들어주려고 했다.

 

이번 성탄절과 연말연시는 정말 조용하게 지내야 한다. 어느 목사님이 방역수칙들을 그리스도교적으로 해석한 내용들을 다시 생각한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수다스러운 그 입을 다물고 이웃과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뜻이고, 손을 자주 씻는 건 마음을 씻으라는 것이고, 거리두기는 자연과 더 조화롭게 사는 길을 찾으라는 것이고, 대면 예배 금지는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을 찾고 그분께 진정한 예배를 드리라는 것이고, 집합금지는 모여서 힘자랑하지 말고 가난한 이웃들을 찾으라는 뜻이라고 했다. 예언자적인 해석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개이다.

 

즈카리야는 천사의 말을 믿을 수 없어 그날 이후 말을 하지 못했다. 열 달 동안 이어진 그의 침묵은 두려움은 아니었을 것이다. 불러오는 아내의 배를 보며 때가 되면 이루어질 하느님의 일을 믿지 않은(루카 1,20) 자신을 반성하고 동시에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새롭게 다시 묵상하는 긴 피정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피정은 아플 때도 있지만 언제나 은혜로운 시간이다. 지금 모든 그리스도인들, 특히 성직자와 수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인간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만을 생각해야 하는 시간이다.

 

주님, 주님이 이렇게 만드신 건 아니겠지만 저희는 주님이 주신 은혜로운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저희들의 마음을 주님께로 돌려놓으려 하신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의심의 골짜기는 메우고, 교만의 산은 깎아내리고, 거칠고 딱딱한 마음을 살처럼 부드럽게 만들어 주님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고통 받는 모든 이들을 위로해주시고 제가 어디로 가야 하는 지 알려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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