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12월 24일 성탄준비(+ mp3)

Loading the player...

12월 24일 성탄준비

 

한 교우가 이번 성탄절은 조용히 지내야 하는 줄은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성탄절을 조용히 잘 지내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성탄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모두 처음 겪는 일이라 성탄절을 잘 지내고 싶은 교우들은 혼란스러울 것 같다. 수도원 식구들은 본당에서 교우들과 전례를 하지 않고 우리끼리 조촐하게 지내는 것 말고는 다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교우들이 겪는 어려움은 생각하지 못했다. 참 미안하다.

 

성탄절은 기쁜 날이다. 좀 자세히 말하자면 기쁨을 기억하는 날이다. 선물을 주고받아서 기쁜 게 아니고 실컷 먹고 마실 수 있어서는 더욱 아니다. 하느님이 약속을 지키셨기 때문이다. 우리는 거의 지키지 못했지만 하느님은 우리에게 하신 약속을 지키셨다. 구세주가 탄생하셨다. 그분이 아직 아기라서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해주시지 못하는데도 우리가 기뻐하는 건 그 아기가 구세주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은 변덕스럽지만 하느님은 지극히 단순한 분이라서 우리에게 하신 약속을 지키지 않으실 수 없다.

 

잠시 조용한 시간을 마련해서 지난 시간을 뒤돌아본다. 하느님이 정말 잘 대해주셨고 많은 것을 베풀어주셨다. 우린 불평하고 안달하고 조급한 마음에 실수도 많이 하고 반복되는 악습의 고리를 끊지도 못하고 지내왔다. 하지만 하느님은 우리의 보잘것없는 믿음과 실천하지 못한 결심을 매번 기쁘게 받으시고 이렇게 잘 해주셨다. 고맙고 은혜롭다고 말씀드리기도 민망하다.

 

내게 가정이 있다면 이런 상황에서 내일 저녁은 반드시 가족 구성원 모두와 함께 지낼 거다. 맨날 보는 얼굴이지만 그날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바라볼 것이다. 배우자, 자녀들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잠시 뒤돌아보며 하느님께 감사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실 것이라고 믿으니 또 감사할 것이다. 그렇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은 선물을 주고받고 준비한 저녁을 먹을 거다. 그날만큼은 세상 사람 비난은 말할 것도 없고 쓸데없는 걱정이나 충고 조언 따위는 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에 감사하고 이렇게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저녁식사 앞뒤에 기도로 시작하고 마칠 것이다. 기도문을 따로 준비하면 정말 좋을 것이다. 좀 어색하겠지만 분명 깊은 감동이 될 거다. 이렇게 기쁘고 거룩한 성탄절을 맞을 것 같다.

 

예수님, 주님의 성탄절을 맞는 세상 모든 이들을 축복하여 주소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구세주를 낳아주셨으니 저희도 어머니를 따라 이웃에게 구원과 기쁨을 선물하게 도와주소서. 아멘.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날짜
1593 [이종훈] 나해 6월 5일(성 보니파시오 기념일) 충만한 삶(+MP3) 2021-06-05
1592 [이종훈] 나해 6월 4일 해피엔딩과 인내(+MP3) 2021-06-04
1591 [이종훈] 나해 6월 3일 봉헌(+MP3) 2021-06-03
1590 [이종훈] 나해 6월 2일 배부른 일(+MP3) 2021-06-02
1589 [이종훈] 나해 6월 1일(성 유스티노 순교자) 하느님의 것(+MP3) 2021-06-01
1588 [이종훈] 나해 5월 31일(마리아 방문 축일) 가난한 마음(+MP3) 2021-05-31
1587 [이종훈] 나해 5월 30일(삼위일체 대축일) 너에게 맞추기(+MP3) 2021-05-30
1586 [이종훈] 나해 5월 29일(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증언(+MP3) 2021-05-29
1585 [이종훈] 나해 5월 28일 하느님 앞에 설 때는(+MP3) 2021-05-28
1584 [이종훈] 나해 5월 27일 기다림(+MP3) 2021-05-27
1583 [이종훈] 나해 5월 26일(성 필립보 네리 기념일) 자유로운 사람(+MP3) 2021-05-26
1582 [이종훈] 나해 5월 25일 제사(+MP3) 2021-05-25
1581 [이종훈] 나해 5월 24일(교회의 어머니 기념일) 뛰어넘는 사랑(+MP3) 2021-05-24
1580 [이종훈] 나해 5월 23일(성령 강림 대축일) 용서(+MP3) 2021-05-23
1579 [이종훈] 나해 5월 22일 호칭(+MP3) 2021-05-22
1578 [이종훈] 나해 5월 21일 남을 위한 나의 목숨(+MP3) 2021-05-21
1577 [이종훈] 나해 5월 20일 하나(+MP3) 2021-05-20
1576 [이종훈] 나해 5월 19일 이미 시작된 영원한 생명(+MP3) 2021-05-19
1575 [이종훈] 나해 5월 18일 하느님께 돌아가는 길(+MP3) 2021-05-18
1574 [이종훈] 나해 5월 17일 비움과 순종의 무기(+MP3) 2021-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