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월 1일(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간직하고 되새기기(+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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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월 1일(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간직하고 되새기기 

 

조카나 지인의 자녀들이 임신이 잘 안 돼서 기도 부탁을 받은 적이 꽤 있다. 지금 그들은 모두 엄마와 학부모가 되어 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불안, 안달, 조바심을 버리자 곧바로 생명이 잉태되었다. 순전히 추측이지만 그런 마음은 차가워서 생명이 자랄 수 없으니 수정체가 자리 잡지 못했을 것 같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하셨다. 천사에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그분은 의심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으셨다. 단지 천사를 직접 만나니 당황했고, 전혀 모르는 하느님의 방식에 대해 질문했을 뿐이다. 그로 인해 자신이 죽게 될지도 모르고, 죽음은 피한다고 해도 파혼당해 그 아기는 사생아로 태어날 텐데, 그런 걱정은 전혀 없었다. 적극적으로 하느님의 뜻이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랐고 비슷한 일을 겪은 친척 엘리사벳을 찾아가 만나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까지 불렀다(루카 1,46-55). 마리아님에게 하느님은 당연하고 참 자연스러운 분이셨다. 무지는 있을지언정 의심은 없었다.

 

언뜻 보면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마리아님은 매우 신중한 분이셨던 것 같다. 출산 후 마구간을 찾아온 목자들의 증언을 들은 후 사람들은 그 말에 놀라워하였지만, 그분은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8-19). 마치 다시 하느님의 말씀, 하느님의 일을 잉태하신 것처럼 보인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는 그분의 이런 행동은 그분의 신중한 성격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대하는 인간의 마땅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불안하고 초조해서 차가워진 몸에는 생명의 씨앗이 자리 잡기 어렵다. 의심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에 하느님의 말씀이 머무르지 못하고 하느님이 일하실 수 없다. 예수님도 믿지 않는 이들에게 기적을 일으키지 못하셨다. 양력이든 음력이든 새해 첫날에는 전례 중에 이 축복의 말씀을 듣는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민수 6,24-26).” 하지만 믿지 않으면 이런 축복도 그냥 좋은 말에 불과하다. 말씀이 현실이 되지 못한다. 하느님은 참 좋은 분이시다. 외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실 정도로 우리를 지독하게 사랑하신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차가운 현실 속에서 참 좋으신 하느님을 신뢰하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 안에 하느님의 말씀이 머무르고 그분은 그런 이들 안에서 당신이 계획하신 일을 시작하신다. 구원이 시작된다. 우리는 간직하고 되새긴다. 믿고 기다린다.

 

주님, 달력으로는 새해지만 현실은 어제에 이은 오늘입니다. 어제 청소하고 쓰레기를 치웠던 것은 새해를 새롭게 맞으려는 바람 때문이었습니다. 그 바람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주님은 잘 아십니다. 주님만 믿습니다. 그리고 그날을 기다리며 준비합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간직하고 되새길 줄 알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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