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신부의 영원한 기쁨

[이종훈] 나해 1월 12일 다른 세상(+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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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해 1월 12일 다른 세상

 

언제나 그랬겠지만, 특히 요즘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절실하다. 하느님이 그 근원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실제로 하느님을 생각하면 위로와 희망보다는 온갖 ‘해야 한다.’ 혹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명령과 금령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아드님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실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말씀을 믿기 어렵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직접 보여주셨다. 그분은 연민과 사랑의 사람이셨다. 그러면서도 불의한 것, 사람들의 품위를 잃게 만드는 더러운 영에 대해서는 무섭게 냉정하셨다. 그날 회당에서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마르 1,25).” 하고 꾸짖으셨다. 요즘 말로 하면 ‘입 닥치고 당장 나가.’쯤 될 것 같다. 그분의 단호함에서 두려울 정도로 큰 권위가 느껴진다. 그 권위는 의로움과 불의 그리고 선과 악은 서로 섞일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 같다.

 

그런 권위의 바탕에는 신념과 확신이 있겠고 예수님께 그것은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예수님이 아버지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증거였다. 사람들은 모르거나 의심하지만 예수님께는 아주 자연스러운 분이 하느님이셨다. 죽게 돼도 부정할 수 없는 확신이었다. 어둠이 빛을 덮을 수 없는 것과 같다. 어둠과 빛은 섞일 수 없다.

 

세상을 바꾸는 게 예수님의 사명은 아니었다. 아버지 하느님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하시는 중에 사람들은 그분에게 위로를 받고 희망을 발견했을 것이다. 교회의 가르침이나 메시지보다는 한 가수의 열창에서 위로를 느끼는 것 같다. 맞다, 그건 위로라기보다는 위로를 느끼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잠시 쉬는 시간이다. 교회가 딱딱하고 융통성 없는 선생님 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교회 봉사자들이 잘 못 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다른 세상을 말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교회는 하느님의 나라, 영의 세상을 말한다. 그곳은 물질과 섞일 수 없고, 악과 불의가 있을 수 없는 곳이다. 예수님이 더러운 영을 그렇게 단호하게 내쫓아버리셨던 이유다. 그 세상, 하느님이 세상 창조 이전부터 준비해두신 그곳은(마태 25,34) 사랑의 나라이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지금 여기서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준다.

 

예수님, 여태까지 기도 시간이 반가운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 시간이 흥미로울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엉터리 기도 시간이 저에게 평화를 주지 않고 그냥 흘러간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저 믿으라고만 하셨던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겸손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아드님을 따르게 도와주소서. 아멘.

 

 

성경 ⓒ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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